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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백 원가에 놀란 Z세대…트레저·아이브 맨 코치백에 눈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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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 "경기 침체 속 초고가 명품 인기 둔화"


불황 장기화 속 합리적인 가격의 매스티지(대중적 명품) 브랜드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보복 소비가 이끈 초고가 명품의 인기는 중국 소비자의 고가 제품 소비 감소 여파로 주춤한 흐름이다. 이에 글로벌 패션기업들의 실적도 엇갈리는 흐름이다.

2일 블룸버그통신은 코치의 인기를 조명하며 중저가 명품 브랜드가 디올 등 초고가 명품 또는 저가 패스트패션 브랜드들보다 경제 불확실성을 더 잘 헤쳐 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소비자들이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 품질과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코치의 태비백을 들었다. 앞서 세계 최대 명품 기업인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산하 디올의 2800달러(약 385만원)짜리 가방의 원가가 약 60달러(약 8만원)란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이 명품의 실제 가치에 의구심을 가지면서 매스티지 브랜드로 눈을 돌렸다는 진단이다.

블룸버그는 "코치는 495달러 가격의 태비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 백은 디올이나 샤넬의 비슷한 숄더백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며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매스티지 브랜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힘을 쏟으며 젊은 소비자 지갑 열기에 나섰다. 일례로 코치는 국내에서 가수 이영지를 모델로 기용하고, 팝업 행사에 그룹 트레저, 아이브 멤버를초대해 1020세대에게 제품을 홍보하고 나섰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명품 부문 담당자 플루어 로버츠는 소비자들이 제품의 제작 방식, 원가 대비 실제 가치 등 가격 뒤에 숨겨진 진정한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반발이 일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해 6월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에서 명품 하청 업체 노동 착취 문제를 다루면서 내놓은 판결문을 통해 디올 제품의 원가가 노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매장에서 2600유로(약 385만원)에 팔린 가방의 하청사의 납품단가는 58유로(약 8만원)에 그쳤다. 당시 중국, 필리핀 등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이 휴일도 없이 밤을 새워가며 납품한 것으로 알려지며 디올 불매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했다.

또한 중국을 비롯해 부유층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명품 관련 기업의 실적 성장세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LVMH 그룹의 가장 큰 사업 부문인 패션·가죽 부문 매출은 5% 감소했다. 이는 시장 추정치인 0.55% 감소를 크게 밑돈 실적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4억8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로 전년 대비 30% 급감했다. 매출은 187억달러(약 26조1000억원)로 전년 대비 4.3% 줄었다. 생로랑, 구찌 등을 거느린 케링그룹 역시 올해 1분기 매출이 38억8300만유로(약 6조1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다. 그룹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구찌 매출이 24% 급감했다.

H&M, 자라 등 빠른 유행에 맞춘 저가 패션 패스트패션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자라의 모회사인 스페인 패션기업 인디텍스와 H&M을 운영하는 헤네스 & 모리츠 AB, 영국 JD스포츠패션 등이 모두 성장 둔화 또는 매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전했다.

반면 매스티지 브랜드 관련 기업의 실적은 개선세다. 코치와 케이트 스페이드, 스튜어트 와이츠먼 등 브랜드가 속한 태피스트리는 최근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웃도는 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연간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와 살로몬 등 브랜드를 보유한 아머스포츠, 마이클 코어스의 모회사 카프리홀딩스 등 역시 증권가 예상치를 웃돈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연간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사례로 제시했다.

블룸버그는 명품과 패스트패션의 부진 배경으로는 글로벌 무역전쟁을 지목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명품 최대 시장인 중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관련 기업의 가격 인상을 이끌어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LVMH의 경우 주류 사업 부문 직원 10%를 해고하기로 했다. 와인, 코냑 등의 소비 감소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여파가 겹치면서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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