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선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던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1일 본지에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적 없다"며 "내 이름이 이런 식으로 사용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로저스 회장의 지지선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한 매체의 보도가 나왔으나 이후 삭제되면서 진위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이날 로저스 회장은 본지가 보낸 이메일에 답신을 통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적 없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편지를 작성하거나, 그 작성에 동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그런 적 없다"(No, I did not)이라고 답했다.
이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완전한 사기'(complete fraud)라고 표현한 적 있느냐는 물음에는 "나는 누구도 지지한 적이 없고,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I have not endorsed anyone there and do not know anything about such claims)고 했다.

이날 논란이 커지자 김진향 전 개성공단 이사장 측은 지지선언이 사실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민주당 측은 앞서 김 전 이사장이 로저스 회장과 가까운 송경호 평양과학술대학 교수로부터 해당 편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짐 로저스 회장의 이재명 후보 지지는 사실이다"라면서도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촉박한 일정으로 인하여, 저와 영국에 계신 송경호 교수님 사이에 짐 로저스 회장의 지지문을 주고받는 과정에 최종 발표된 지지문 문구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착오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착오가 있었는지 SNS 내용 들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미국인 신분인 짐 로저스 회장의 사적 대화를 공개하는 것이 되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선거가 끝나면 송경호 교수와 협의하여, 지지문을 만든 과정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로저스 회장은 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몇 년 전 잠시 만난 적 있는 폴 송(Paul Song)이라는 사람이 부정확한 이야기를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Someone named Paul Song who I met briefly several years ago spread this inaccurate story)며 "내 이름이 이런 식으로 부정확하게 사용되지 않았기를 바란다(I certainly wish my name had not been used inaccurately)고 했다. 폴 송은 송 교수가 사용하는 영어 이름으로 추정된다.

그는 본지에 두번째 보낸 이메일에서도 "나는 한국의 어느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다"며 "나는 외국인이고, 투표를 할 수조차 없다(I have not endorsed anyone in Korea, I am a foreigner and cannot even vote)라고 재차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본부 국제협력단 공동단장인 이재강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저스 회장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로저스 회장이 편지 형태의 지지선언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 저는 이재명 후보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믿는다"고 언급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이재명 후보도 다음날 페이스북에 "짐 로저스의 지지 선언을 들었다"면서 "짐 로저스는 평화에 투자하자고, 미래에 투자하자고, 그래서 대한민국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날 한 언론의 보도에는 로저스 회장은 지지 선언문을 전혀 알지 못한다며 "완전히 사기(complete fraud)"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해당 언론사 기사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민주당은 이날 해당 의혹에 대해 별도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