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나카타니 방위상은 전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전체를 하나로 간주해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인 '오션'(OCEAN·One Cooperative Effort Among Nations)을 주장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오션 아래에서 각국이 손을 잡고 대화를 거듭해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며 "일본은 그 중심에서 계속 있을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이 남중국해 등지에서 군사 압박 수위를 높이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한국, 호주, 필리핀 등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와 안보 협력을 주도하며 군사 관여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아사히는 분석했다.
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동남아 국가들과 연결고리가 약해질 경우 일본이 나서서 '힘의 공백'을 막겠다는 뜻이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본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인도, 필리핀 측에 설명했던 '원 시어터'(One Theater)라는 구상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시어터'는 전쟁이 벌어지는 무대, 다시말해 전역(전쟁 구역)을 뜻한다. 원 시어터는 한반도와 동중국해·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을 하나의 전쟁 구역으로 보자는 개념이다.
오션은 시어터와 사실상 내용은 동일하지만 군사적 색채는 옅은 표현이다. 아사히는 나카타니 방위상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모색하는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을 배려해 오션이란 용어를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 국방장관 회의에서도 오션 구상을 설명하고 찬성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미 원 시어터 구상에 우려를 표시한 한국은 물론 중국을 의식하는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로부터도 부정적 반응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한국 정부는 "한반도가 일본의 전쟁 구역 구상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라는 우려를 외무성을 통해 일본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원 시어터 구상이 실현될 경우 주한 미군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투입될 수 있고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아사히는 "일본이 남중국해에서 군사 관여를 강화하면 그만큼 중국과 필리핀 등의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