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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지도 시적인 춘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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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도시를 상징하는 것들

춘천은 뚜벅이 여행자들의 큰 사랑을 받는 도시다. 경춘선을 타면 서울에서 남춘역까지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퇴근길 서울을 벗어나는 것보다 더 빠르다. 춘천에서의 하루는 어떤 여행지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동적이며, 정적이다. 동적인 여행이 취향이라면 DAY 1 물의 도시 춘천을, 정적인 여행을 선호한다면 DAY 2의 코스에 집중해보길!



내가 청춘이라면 경춘선을 타고 남춘천역에서 내려 자전거를 빌릴 거야. 공지천 물줄기를 따라 약 4km, 바람을 가르며 달리다가 호수의 윤슬에 마음을 뺏기기도 할 테지. 20여 분에 도착한 곳은 국립춘천박물관. 박물관 문이 열리고 닫힐 때까지 머물고 싶은 선량한 기운이 가득하다.



지난 2002년 개관한 국립춘천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세에 이르는 강원특별자치도의 역사문화를 비춘다. 약 12만 점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감각적이고 깊이 있는 전시로 지난해는 개관 이후 최다 관객인 49만4955명이 다녀가는 기염을 토했다. 박물관 본관 중앙에는 초대형 실감 영상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28.5m 크기의 미디어아트로 쏟아지는 강원의 사계는 애국심이 일 정도로 아름답다.



브랜드실 <창령사 터 오백나한, 나에게로 가는 길>에서는 지난 2001년 발굴된 영월 창령사 터 오백나한이 절묘한 레이아웃으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어제 나를 스친 사람인 듯, 어쩌면 거울 속 나를 닮은 듯 익숙한 얼굴의 나한. 깨달음을 얻은 듯 자비로운 미소가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점순이는 어수룩하게 일만 하는 나에게 되알지게 쏘아붙인다’

김유정의 소설 <봄봄>의 한 장면을 잘 기억하고 있다면, 춘천 여행의 대미는 김유정문학촌에서 장식해도 좋으리. 요새 친구들은 ‘김유정’하면 1999년생 김유정이 익숙하겠지만, 춘천에는 1908년생 김유정이 더욱 유명하다. 작가의 고향은 춘천 실레마을. 그의 작품 <오월의 산골짜기>에 옴팍한 떡시루 같은 마을로, 어딘가 시적인 마을 사람들의 생활이 잘 묘사되어 있다.



김유정은 하루하루가 위기와 절정으로 치닫는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며 온몸으로 글을 썼다. 서른을 채 넘기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했을 때 작가는 지독한 병마와 가난 속에 있었다. 순수한 영혼과 가난하지만 빛나는 삶을 노래한 작품과 생의 간극이 칼날처럼 형형하다.


☞ 기자가 추천하는 먹고 마시고

크로프트커피
그대에게 이 카페를 자신 있게 추천한다. 공지천유원지에서 1.3km 거리, 골목길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크로프트커피. 빈티지한 공간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우유 베이스의 깊고 진한 플랫화이트도 최고다.



토담숯불닭갈비
소양강댐 가는 길에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대형닭갈빗집이 모여있다. 사실 춘천 곳곳에서 닭갈비집을 만나지 않기란 어려운 노릇이다. 각설하고 철판 대신 숯불의 맛을 보고 싶다면 들러보시길. 은은한 불 향 입혀진 소금구이가 예사롭지 않다.




실비막국수
3대째 대를 잇는 맛집이자 백년가게. 1대 사장님의 고향이 황해도로 막국수에서 평양냉면의 삼삼한 기운이 전해진다. 입맛에 따라 식초, 겨자를 더하라고 안내하지만, 본연 그대로의 맛을 해칠 수 있으니 간은 살살할 것.



예미옥
하얀 쌀밥에 김치만 먹어도 맛집임을 알 수 있다. 그날그날 기장 젓갈로 버무린 김치, 맑은 국물의 육개장과 해장국의 메인 음식은 자부심과 신토불이 식재료로 맛을 낸다. 일대 해장국집이 많은 이유가 예미옥 영향이라고.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6.04(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