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7세기 중상주의 시대의 사례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려도 우리(한국)같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살 길은 있다”고 말했다.
우선 보호무역 시대에도 교역은 국가간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분석이 눈길을 끈다. 중상주의 시대의 강대국이었던 영국과 네덜란드 모두 교역을 키웠다. 강대국 경쟁에서 영국이 이긴 배경은 교역과 함께 제조업도 키웠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네덜란드는 교역에만 집중했고, 축적한 자본이 제조업에 투자되지 않고 금융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박 연구원은 지적했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17세기 국가로는 스웨덴이 꼽혔다. 구리, 철, 목재 등을 특화하고 이 품목들을 수출해 성장을 이어간 사례다. 박 연구원은 “당시 유럽 주요국들은 화폐 주조와 선박 건조를 늘렸다”며 “이는 스웨덴산 구리와 목재의 수요 확대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특히 높은 순도로 유명했던 스웨덴산 철의 수출량은 1640년 1만1000t에서 1740년 4만t으로 4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현대에 17세기의 스웨덴산 철처럼 고도화된 상품을 만들어 내려면 연구·개발(R&D) 투자를 거쳐야 한다. 박 연구원은 “이전까지 한국은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생산설비와 같은 유형자산에 대한) 자본투자(CAPEX)를 바탕으로 제조품을 만드는 생산기지의 역할을 했다”며 “이제는 R&D를 통해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언에 따라 한경닷컴은 에프앤가이드 데이터가이드 서비스를 활용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2022년 5% 이상에서 작년까지 꾸준히 확대됐고 △작년 말 기준 총자산 중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 이상인 종목을 추렸다. 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결과로 지적재산권(IP)과 상표권 등의 무형자산을 많이 쌓은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은 보호무역이 강화돼도 수출을 늘려갈 수 있는 ‘고도화된 상품’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제약·바이오와 소프트웨어 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소프트웨어 섹터에서도 특히 보안 관련 종목이 많이 추려진 게 눈길을 끈다.

파미셀, 큐리옥스바이오사이언스, 동아에스티, 지씨셀, 제넥신, 코아스템켐온, 휴비츠,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와 총자산 대비 무형자산 비율이 큰 제약·바이오 종목으로 꼽혔다.
이중 브릿지바이오는 최근 회사의 역량을 ‘올인’하다시피 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신약개발에 실패하면 회사의 존립이 위협받을 수 있는 바이오섹터 특성을 감안해 R&D 투자와 무형자산 축적 규모만 보고 투자에 나서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소프트웨어 중에서 적극적인 R&D 투자를 통해 무형자산을 축적한 종목으로는 셀바스AI, 아이디스, 심플랫폼, 시선AI, 에스에스알 등이 꼽힌다. 박 연구원은 “소프트웨어 섹터는 다른 산업들보다 매출 대비 R&D 비율이 높고, 향후 국내 R&D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면서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등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