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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탐 안 봐도 의대 간다"…'사탐런' 확산하는 이유 [이미경의 교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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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학평 사탐 응시자 급증…전년 대비 30.2%↑
의대·자연계학과 수능에 사탐 반영 확대
“과목 선택 유불리 면밀히 따져야”

고3 수험생들 사이에서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주요 대학의 자연계열 학과들이 사회탐구 과목을 수능 반영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종로학원이 5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 응시자를 분석한 결과, 지난 8일 실시된 고3 학평 사회탐구 응시자는 43만4155명으로 지난해보다 10만707명(30.2%) 늘었다. 응시자 비율은 66.6%로, 전년(55.9%)대비 10.7%포인트 상승했다. 과목별로는 사회문화 응시자 수가 4만5952명(44.7%)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어 생활과윤리 2만6114명(24.9%), 세계지리 8172명(38.6%)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과학탐구 응시자 수는 21만7723명으로 전년 대비 4만4810명(17.1%) 감소했다. 과목별로는 화학I이 1만2375명(39.8%)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지구과학I 1만4005명(16.9%), 생명과학I 1만1878명(14.1%) 등도 응시자 수가 크게 줄었다.

'사탐런' 현상은 최근 의대를 중심으로 입시 성적 산정에 사회탐구 과목 반영을 인정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대, 성균관대, 아주대, 건국대, 경북대, 부산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주요 의대들은 2026학년도 입시부터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에 사회탐구 과목을 새롭게 포함시켰다. 정시에서도 가톨릭대, 고려대, 부산대, 경북대 의대가 사탐 과목을 인정하기로 했다.

의대뿐 아니라 일반 자연계 학과에서도 사탐 과목을 수시, 정시에서 인정하는 추세다. 서강대, 홍익대, 서울시립대, 숭실대, 세종대 등에서는 자연계 학과 신입생을 뽑을 때 사탐과목 성적을 반영한다.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들에게 더 많은 진학 기회가 열린 셈이다.

이러한 입시 변경이 진학 기회 확대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대학교육 현장에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 과목을 선택하지 않은 채 이공계열로 진학하는 학생이 늘면서 대학에서 기초과목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늘고 있어서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사탐을 선택하고 취업을 위해 공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대학에서의 기초학력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다.

이러한 우려는 대학 현장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기초 과학 학습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이 물리학, 화학, 공업수학 등 이공계 필수 기초과목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수업 재이수나 중도탈락 대상자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일부 대학은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기초학력보충강좌나 기초과학 교양 과목을 개설할 정도다. 이는 결국 대학 차원의 추가적 행정 및 재정 부담을 유발하고 수업의 심화 수준을 조정해야 하는 교육의 질적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입시 전문가는 단순한 응시 인원 추세만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나 자연계 학과 중 일부는 정시에서 과탐에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수시·정시 전형별 유불리를 면밀히 따져보고 과목 전환에 따른 부담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N수생들이 대거 참여하는 6월 수능 모의평가부터는 사탐 쏠림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수능 점수의 예측 가능성은 한층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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