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삶은 무대, 인간은 배우"…고선웅 연출 신작 '유령'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고선웅 연출 14년 만에 신작 '유령'

"무연고자 다룬 기사 읽고 영감 받아"
"사명감과 측은지심 갖고 만들어"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질문 던지는 작품"



연극 '퉁소소리'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작품상을 받은 스타 연출가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이 신작 '유령'으로 돌아온다. 작품은 무연고자로 세상을 떠난 배명순이 유령이 돼 떠도는 이야기를 그린다. 고 단장이 2011년 연극 '늙어가는 기술'을 발표한 후 14년 만에 선보이는 창작극이다.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고 단장은 이 연극을 "사명감에서 시작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대략 7~8년 전에 무연고자들의 삶을 추적하는 르포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며 "당시 마음이 아파 이 소재로 작품을 써야겠다는 소명 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사람이 내가 느꼈던 측은지심에 공감하고 국가에서도 제도를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등장인물 배명순은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모든 걸 버리고 도망친다. 신분을 감추고 찜질방과 식당을 돌아다니며 버티지만 결국 무연고자로 생을 마감한다. 고 단장이 읽은 기사에 담긴 실제 무연고자의 삶에서 영감을 받았다. 직접 의사와 병원에 전화해 무연고자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을 조사하기도 했다.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호적이 없다는 이유로 죽어서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나아가 고령화되고 있는 사회와 늙어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담겼습니다"

무거운 주제에 비해 공연은 가볍고 유머러스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고 단장은 "연극이 사회고발의 목적에 치우치면 작품을 보는 관객이 너무 힘들어진다"며 "무연고자라는 소재도 무거운데 이야기까지 너무 진지하게 풀어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공연은 극중극(극 속의 극)처럼 펼쳐진다. 배우들이 작중 등장인물을 연기하다가도 어떤 장면에서는 연극 배우로 돌아오기도 한다. 무대 한가운데서 마치 분장실처럼 옷을 갈아입고, 작품에 관해 이야기도 나눈다.

이런 독특한 연출 방식은 고 단장이 '유령'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맞닿아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며 "며 "'세상은 무대, 인간은 배우'라는 표현이 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설명했다.

연극 '유령'은 오는 30일부터 6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오늘의 신문 - 2025.05.2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