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이사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담배가 아니면 폐암에 걸릴 수 없었던 확실한 사례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고등법원에선 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국내 담배 시장 점유율 상위 3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의 12차 변론이 진행됐다. 앞서 공단은 2014년 4월 2003~2012년 사이 폐암·후두암 등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지급한 누적 급여비 약 533억원을 담배 회사들이 물어줘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20년 1심 법원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고, 공단이 항소해 항소심이 5년째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11차 변론에 직접 참석했던 정 이사장은 이날도 법정에 나서 공단 측 입장을 대변했다. 호흡기 내과 전문의 출신인 그는 “(손배를 청구한) 환자 3465명 중 단 한 명에 대해서도 흡연이 암 발병의 원인이었다는 걸 인정 못하겠다는 건 궤변에 가깝다”며 담배 회사 측 주장을 반박했다.
정 이사장은 “흡연으로 병에 걸린 환자들을 봐 오며 축적된 지식과 더불어 전문의들이 학회 등에서 밝혀 준 여러 자료를 갖고 재판에 임한다”며 “1심 재판부에서 원했던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폐암 발병 위험도에 관해 공단에서 14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신규 자료를 증거로 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최근 공단 건강보험연구원과 연세대 보건대학원은 건강검진 수검자 13만6965명의 건강검진과 유전위험점수 등을 토대로 30년·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자의 경우 비흡연자보다 소세포폐암 발병 위험이 54.49배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정 이사장은 흡연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폐암이 걸리지 않았을 환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증언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는 “젊을 때 흡연을 시작해 담배에 중독되고 있었던 것도 몰랐던 분”이라며 “폐암 관련 가족력도 일절 없고 술도 한 방울 마시지 않아 폐암에 대한 위험 요인이 전혀 없다”고 소개했다.
정 이사장은 “폐암을 포함한 모든 질병은 ‘특이적’이다. 폐암이 비특이적 질병이라는 상대방 논리에 대해서도 충분히 반박할 것”이라면서 항소심에서 1심과 다른 판단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담배가 중독성이 있고, 폐암을 비롯한 중요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판결을 구한다”며 “공단이 청구한 손배액 약 533억원 중 일부라도 인정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