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주자들 TV토론 후 선거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50% 가까이 치솟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첫 토론회 후 주요 여론조사에서 일제히 떨어졌다. 반사이익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누렸다.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개인기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인 이준석 후보다. 그간 한 자릿수 박스권에 갇혔던 그의 지지율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10%를 처음으로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도 "예상밖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TV토론이 지지율에 별 영양가가 없다는 것은 정치학계에서 오래된 정설이다. 관련된 연구 결과도 무수하다.
오히려 TV토론에서 공격자를 자처할 경우, 자신의 지지율은 감소하고 상대방을 밀어올리는 꼴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문, 라디오 등 다른 매체와 달리 TV토론은 얼굴 표정, 몸짓, 목소리 등이 종합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태도'가 더 돋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트리려고 나왔다"고 발언한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후보다. 당시 이정희 후보의 발언은 보수 진영 결집 효과를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대선 후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정부 탄생 '일등 공신'이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19대 대선에서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철수입니까"라고 물은 후 지지율이 급락했다.
반대로 TV토론에서 유연하거나 모호한 모습을 보여서 이미지를 개선하거나 지지율을 굳힌 경우가 많다. 전자의 경우가 딱딱하다는 이미지를 받아온 김대중 전 대통령이 15대 대선 토론회에서 '알부남'(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 이미지를 강조한 사례다.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는 20대 대선에서 누가 어떤 공격을 하든 웃는 모습으로 받아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다.
하지만 실제 그의 지지율은 상승했고, 그가 맹공한 '호텔경제학', '커피 원가 150원', '인공지능 예산' 등은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낳았다는 평가다. 5월 4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전주 대비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학생 15%포인트, 자영업자 11%포인트, 전업주부 5%포인트가 각각 감소했다. 모두 경제에 민감한 계층이기도 하다.
실제 각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러한 아젠다가 이재명 후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아 평가했다.

이준석 후보의 호감도도 상승했다. 이주 NBS 조사에 따르면 이준석 후보의 호감도는 전주 대비 5%포인트 오른 27%로 집계됐다. 5월 중순까지 15% 안팎에서 움직이던 호감도가 2주 만에 거의 2배 상승한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에서는 단일화를 거듭 촉구하며 단일화될 경우 이재명 후보를 역전할 수 있는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으나, 단일화를 전제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다자 구도에서 나섰을 때 합산했을 때 수치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결과도 전무하며, 이재명 후보를 이긴다는 여론조사도 없다.
이준석 후보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어려운 판세에서 20대를 중심으로 한 팬덤까지 거는 것이 향후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지난 총선 당시 제3지대 합당 결의 후 지지층 반발로 11일 만에 결별하는 일도 있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 승리를 위한다는 대의로 이준석 후보로 단일화를 하자고도 할 수 없다. 이재명 후보와 1 대 1 구도에서 이준석 후보가 김문수 후보보다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실제 이준석 후보는 22일 "지지율이 우상향 곡선을 가고 있기 때문에 단일화 논의보다는 꾸준히 우리를 지지해주는 젊은 세대와 개혁을 바라는 진취적인 유권자에게 도리를 다하겠다"며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