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디스는 등급 변경 보고서에서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락 사유에 대해 "정부 부채 비율과 이자지급 비율이 지난 10여년 간 유사한 등급의 국가들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으로 증가한 것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무디스는 2023년 11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하며 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무디스는 미국 정부의 총 재정지출에서 이자 비용을 포함한 의무적 지출의 비중이 2024년 약 73%에서 2035년 약 78%로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어 "지난 10여년간 연방 재정지출은 증가한 반면 감세 정책으로 재정 수입은 감소했다"며 "과세와 지출에 대한 조정이 없다면 예산의 유연성이 제한적인 상태에 머물 것"이라고 진단했다.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무디스는 "관세 인상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미국의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 성장세가 의미 있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또 "세계 기축통화로서 미 달러화의 지위는 국가에 상당한 신용 지원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1년 9개월 만이다. 피치는 2023년 8월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바 있다.
그에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2011년 미국 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다. S&P의 강등 당시에는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글로벌 주가가 하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무디스는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했지만, 결국 한 단계 낮춘 것이다.
정부 부채 증가를 이유로 신용등급이 낮아진 만큼 미국 정부는 향후 재정 운영에서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정부 예산 지출은 물론 통상정책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세수 증대와 국가 채무 해소를 목표로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선언한 만큼 이번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관세 정책 강화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가장 늦게 이뤄진 등급 하향이고, 2023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며 강등을 예고했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