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샤오미가 자체 개발하고 설계한 스마트폰 반도체를 이달 말 출시한다. 2019년 비용 문제로 자체 모바일 칩 개발을 중단한 지 6년 만이다. 화웨이에 이어 샤오미까지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개발에 성공하면서 중국 반도체 생태계 자립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웨이보 계정을 통해 “샤오미가 독자 개발한 모바일 시스템 온 칩(SoC)인 ‘쉬안제01’이 이달 하순 공개된다”고 밝혔다. 다만 칩의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칩은 샤오미의 칩 설계 부서에서 암(Arm)아키텍처 기반으로 개발한 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최첨단 3nm(나노미터) 공정을 통해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스마트폰인 ‘샤오미 15S프로’에 적용할 전망이다.
레이쥔 회장은 전날 사내 강연에서 쉬안제01에 대해 "샤오미의 반도체 제조 10년의 성과이자 샤오미 핵심 기술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이는 기술 리더가 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길로, 샤오미는 용감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연구·개발(R&D)에 1000억위안(약 19조3000억원) 이상 투자했으며, 올해 연간 투자액은 300억위안(약 5조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샤오미는 가전제품과 자동차도 생산하고 있다. 앞서 샤오미는 2014년 자체 칩 설계를 시작했고 2017년에 최초 모바일 AP인 '펑파이S1'을 출시해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하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2019년 개발을 중단한 뒤 2021년에 모바일 칩 개발을 재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샤오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포함한 프리미엄 가전제품에 이 모바일 칩을 사용할 계획이다.

화웨이에 이어 샤오미까지 반도체 기술 자립에 나서면서 중국의 첨단 기술 생태계가 더 탄탄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는 2019년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스마트폰 AP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기린칩을 생산해냈다.
설계한 AP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영역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화웨이와 SMIC는 7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아직 수율과 성능면에서 TSMC를 따라잡을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의 반도체 기술 자립이 빨라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잖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 설계부터 생산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밸류체인이 구축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AP 성능을 높일 경우 퀄컴의 매출 타격이 예상된다. 퀄컴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9월 29일 마감된 회계연도에 퀄컴의 중국 매출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178억 달러를 기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