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들은 A씨가 자신들의 네이트온에 로그인해 대화내용을 확인하는 것 아니냔 의심을 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A씨가 확인할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PC 잠금을 해제한 다음 퇴근하라고 지시하자 이들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A씨의 선 넘은 관심은 직원 사찰에서 그치지 않았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상황을 사무실에 설치돼 있던 폐쇄회로(CC)TV를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감시하기도 했다. 보안시스템관리자였던 A씨에겐 앱을 이용해 사내 CCTV 영상을 볼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데 이를 악용한 것이다. CCTV로 회사 청소 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의 근무 동선과 휴식 상황을 지켜본 뒤 근무태도를 지적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A씨와 만났던 퇴사한 직원이 자신의 눈앞에서 그가 CCTV를 열어보자 이를 현직자들에게 알려주면서 드러나게 됐다.
A씨는 이 외에도 다른 부서 직원에 대한 부당한 업무지시, 부하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직장내 괴롭힘 등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 비위행위도 적발됐다. 회사 법인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주유비를 과다하게 청구한 것이다. 근무시간에 지각하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고 미사용 연차보다 더 많은 수당을 수령한 사실도 확인됐다.
회사는 직원들 신고를 받고 면담을 진행했다. 이어 A씨에게 대기발령(재택근무)를 지시했다. 변호사·노무사 등이 참여한 회사 징계위원회는 △직원 사찰·노동 감시 △직장 내 괴롭힘 △타 부서 직원 부당 업무지시·월권 행위·군기잡기식 괴롭힘 △근태 불량·법인차량 주유비 및 연차수당 부정청구행위 등을 이유로 A씨 해고를 의결했다.
A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면서 노동위원회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A씨는 결국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자신에게 적용된 징계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네이트온 메신저 대화 내용을 확인한 것은 대표 지시에 따른 것이고 CCTV로 감시했다는 직원들 진술 역시 객관적이지 않다고 항변했다. 주유비·연차수당을 과다 청구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노동 감시,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해서도 모두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주유비·연차수당 과다 청구의 경우 "법인차량의 연료탱크 용량인 60L를 초과해 주유한 후 주유비를 청구한 횟수도 13회에 이른다"며 "출산휴가 기간에 회사에 나와 근무했더라도 이미 사용한 연차를 포함해 연차미사용수당을 과다하게 청구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A씨는 비위행위에 대해 반성하거나 개전의 정을 보이지 않고 있고 A씨가 회사에서 계속 근무할 경우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소속 다수의 직원들이 A씨의 복귀를 반대한다는 취지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해고 조치와 중노위의 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노동팀 변호사는 "직원 동의를 받는다면 괜찮겠지만 회사가 임의로 직원 PC를 열람할 수 있는 경우는 당장 열람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급박한 상황이거나 그래야만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여야 하는데 (회사가) 임의로 암호를 풀고 열람했다 비밀침해죄로 재판에 넘겨진 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이 사건은 결론적으로 그럴 필요성이 인정돼 무죄가 나왔지만 원칙적으론 동료들 간의 사적인 대화와 같은 개인의 비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PC 열람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면 직원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2심 첫 재판은 오는 7월 진행될 예정이다. A씨 측은 지난달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는 등 소명에 나섰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