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식품이 황제주(주가가 100만원 이상인 종목)에 등극한 16일 에스앤디 주주는 혼란에 빠졌다. 그간 에스앤디는 삼양식품과 동반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날은 10% 하락하며 엇갈린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양식품과 달리 에스앤디는 실적 개선세가 꺾여 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에스앤디는 10.18% 내린 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8만7400원까지 하락하며 9만원선을 내주기도 했다. 지난 12일 10만3600원까지 오르며 2021년 9월 코스닥 상장 후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닷새 만에 13.13%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집중됐다. 에스앤디는 최근 3거래일 연속 에스앤디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이번주(12~16일) 외국인은 108억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닥 외국인 순매도 9위다. 기관도 81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주가 급등기 일부 투자자는 에스앤디를 '삼양식품 레버리지'로 부르기도 했다. 삼양식품과 실적 흐름이 비슷하면서도 주가 상승폭이 더 높다는 이유에서다. 에스앤디는 삼양식품에 원료를 공급한다. 이 원료는 불닭볶음면 액상, 분말 소스에 사용된다. 이 때문에 두 회사의 실적과 주가는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초부터 지난 15일까지 에스앤디는 126.7% 급등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은 29.54% 올랐다. 시가총액 '조 단위' 회사인 삼양식품보다 에스앤디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영향이다. 하지만 16일 삼양식품은 하루 만에 20% 이상 급등하며 황제주에 올랐는데, 에스앤디는 오히려 하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한 투자자는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 "삼양식품이랑 한 몸인 줄 알았는데, 주가가 왜 하락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가 흐름을 가른 것은 실적이다. 삼양식품의 1분기 실적은 높아진 증권가의 눈높이마저 웃돌 만큼 긍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에스앤디 1분기 성과는 예상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앞서 KB증권은 에스앤디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로 각각 352억원, 66억원을 제시했다. 실제 매출액은 357억원으로 예상에 부합했지만, 영업이익은 53억원으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또 작년 4분기(64억원)와 비교하면 17%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의 영업이익은 877억원에서 1045억원으로 19% 늘었다.
원재룟값이 올랐지만, 판매가는 그대로라 영업이익 성장세가 꺾인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앤디의 주요 원재료 5종 가운데 4종(과채·전분 분해물·유크림·핵산계 조미료)의 원가가 작년 말에 비해 올랐다. 특히 유크림의 원가는 1kg당 1만136원에서 1만1400원으로 12.47% 상승했다.
에스앤디의 야채분말, 유조제분말, 매운치즈소스의 1분기 가격은 2023년과 같았다. 치킨조제분말의 1kg당 단가는 7800원으로 2년 전(7843원)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에스앤디 매출의 대부분은 불닭 소스 원료가 포함된 일반기능식품소재 부문에서 나오기 때문에 판가 협상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불닭볶음면, 불닭 소스의 해외 성장과 함께 에스앤디 소스 원료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오는 7월 밀양 2공장을 가동한다. 연간 생산 능력은 18억개에서 약 25억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에스앤디도 160억원을 투입해 오는 6월까지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30%가량 늘려 물량 증가에 대응할 계획이다.
재무구조도 양호해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에스앤디는 자사주 116만6666주를 소각했다. 당시 발행주식총수 대비 28.74%에 달했다. 또 작년 결산 배당으로 주당 800원을 지급했다. 1년 전(주당 500원)에 비해 300원 늘었다. 에스앤디 관계자는 "지난해 자사주 소각을 큰 규모로 진행한 만큼, 올해 주주환원책은 배당금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