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관악구의 한 노후 아파트에 사는 백모씨는 최근 업체를 통해 창틀 실리콘을 교체하는 코킹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겨울 노후한 창틀 사이로 비가 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장마철이 오기 전 전문 업체에 연락해 부랴부랴 창틀 실리콘을 보수했습니다. 백씨의 아파트는 입주 20년이 넘었지만, 그간 실리콘을 교체하지 않았습니다.
백씨는 "지난해 겨울 이틀 연속으로 비가 오던 날 창틀과 벽 사이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것을 우연히 봤다"며 "실리콘이 갈라진 틈 사이로 빛도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고 토로했습니다.
17일 아파트 관리 업계에 따르면 백씨와 같이 최근 노후 아파트에서 실리콘 코킹 작업을 하는 가구가 부쩍 늘었습니다. 통상 날씨가 맑고 온화한데다 비 오는 날이 적은 봄철이 실리콘 코킹 작업의 적기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외벽 균열로 인해 누수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담당하는 공용부분에 해당하기에 꾸준한 관리와 수선이 이뤄져 실제 누수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은 반면, 창틀 실리콘은 해당 가구가 직접 관리해야 하는 전용부분이기에 입주 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공동주택 관리업계의 중론입니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베란다 외벽에서 비가 샌다는 신고를 받아 현장에 가보면 열에 아홉은 해당 가구나 윗 가구 창틀 실리콘이 갈라진 전용부분 하자였다"며 "아파트 외벽은 주기적으로 페인트칠하며 흠집이 생긴 곳을 수선하지만, 전용부분은 그만큼 관리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빗물이 새는 것은 물론이고 벌레까지 들어온다니 꼭 수선해야 할 부분이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실리콘 코킹 비용은 통상 평(3.3㎡)당 2만원 내외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국민 평형(전용면적 84㎡)에서 60만~70만원이 드는 셈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배가 넘는 비용이 들기도 합니다. 작업 방식과 재료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실리콘 코킹은 기존 실리콘 위에 덧바르는 덧방을 하면 저렴해지고, 기존 실리콘을 모두 제거한 뒤 새 실리콘을 바르면 비용이 오르게 됩니다.

이어 "반대로 기존 실리콘을 모두 제거하고 시멘트 외벽까지 그라인더로 매끈하게 갈아낸 뒤 고급 실리콘을 두껍게 바른다면 평당 3만원을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며 "비용 부담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경우는 적고, 들뜬 실리콘만 없앤 뒤 새 실리콘을 바르는 부분제거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인테리어 업체 관계자도 "실리콘 코킹 작업을 하려면 작업자가 로프를 타야 하는데, 이 인건비만 기본 수십만원이 든다"며 "인건비와 재료비를 감안하면 저렴할 수 없는 작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건비 비중이 크기 때문에 비용을 아끼려면 세대 단독으로 작업하기보다 아파트 외벽을 도색할 때 함께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