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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 나선 조원태, 한진칼 자사주 팔아 의결권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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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복지기금에 0.66% 출연
호반건설 지분 매입에 대응나서
투기자금 몰려 우선주 이상급등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 호반그룹의 지분 확대에 맞서 경영권 방어에 나섰다.

한진칼은 15일 장 마감 직후 자사주 0.66%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을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경영권 방어에 적극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한진칼이 주식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증여하면, 기금이 소유한 주식으로 전환되며 의결권이 살아난다.

한진칼은 지난 12일 2대주주인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종전 17.44%에서 18.46%로 늘렸다고 공시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20.13%)과 호반그룹의 지분 격차가 1.7%포인트까지 줄어들면서다. 이번 한진칼이 사내 기금에 자사주를 출연하면서 호반그룹과의 지분 격차는 약 2.3%로 다시 벌어졌다. 조 회장은 델타항공(14.9%)과 산업은행(10.58%) 등 우호 지분을 더해 약 46%를 확보한 상황이어서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사업 협력과 협업을 강화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LS그룹이 한진칼 지분 매입을 통해 ‘백기사’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호반건설의 지분 매입 직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자 한진칼 보통주와 우선주는 13~14일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이날 정규장에서 한진칼 보통주는 17% 급락한 12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진칼우는 15.8% 급등한 4만4700원에 마감했다.

이날 한진칼에서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진 반면 한진칼우에는 투기성 자금이 몰렸다. 한진칼우같이 시가총액이 작은 우선주는 많은 자금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주가를 쉽게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진칼 시가총액은 8조3453억원에 달하지만 한진칼우 시총은 240억원에 불과하다. 한진칼(6676만2279주)과 한진칼우(55만6766주)의 상장 주식 수 차이도 크다.

한진칼우가 이상 급등세를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3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을 때도 의결권이 있는 한진칼 주가 상승률보다 의결권이 없는 한진칼우 상승률이 더 높았다.

류은혁/김보형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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