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과 바로 연결돼 이른바 ‘지하철역을 품은 아파트’(지품아)로 불리는 단지가 늘고 있다. 입주민 편의 증대와 함께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단지 규모가 커 지역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지하철역이 상가와 이어지는 곳은 공실 감소 등 상가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최근 재건축을 추진 중인 역세권 단지에선 지하철 연결 통로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압구정3구역 조합은 최근 3호선 압구정역과 단지를 잇는 연결 통로 공사 업체를 뽑는 입찰 공고를 냈다. 연말 입주 예정인 ‘잠실 르엘’은 송파구청으로부터 지하철역 연결 통로 설치 허가를 받았다. 입주를 앞둔 반포동 ‘메이플 자이’를 비롯해 ‘디에이치 클래스트’(반포주공 1·2·4주구), 신당동 ‘오티에르 어반더스321’(신당8구역) 등도 역과 단지를 잇는다.
2023년 준공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대표적인 지품아로 꼽힌다. 단지 안 출입구를 통해 지하철 3·7·9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과 이어진 반포지하상가로 들어갈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도 이 통로를 통해 차로를 건너지 않고 오갈 수 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2018년 준공), 동대문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2023년), 성북구 ‘길음역 롯데캐슬 트윈골드’(2024년), 광진구 ‘롯데캐슬 이스트폴’(2025년), 인천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2024년)와 ‘e편한세상 부평역 센트럴파크’(2024년) 등도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된 단지다.
통로를 뚫기 위해선 서울교통공사 등 철도기관,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야 한다. 비용은 아파트가 부담하지만 공사비가 만만치 않다. 기존 출입구와 환풍시설 위치 이동 등을 포함해 60억원 수준이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100억원 넘게 들었다.
2005년 준공한 강남구 ‘대치 동부센트레빌’(805가구)은 3호선·분당선 환승역인 도곡역과 바로 연결돼 있다. 인근 역세권 단지인 ‘대치 아이파크’(2008년·768가구)보다 5억원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역과의 연결 여부가 가격 차이를 낸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인천 부평구 ‘e편한세상 부평역 센트럴파크’(2024년·1500가구)와 ‘부평역 해링턴플레이스’(2024년·1909가구)도 준공 연도와 규모가 비슷하다. 인천 1호선 동수역 역세권단지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최근 매매가는 역과 직접 연결된 e편한세상 센트럴파크가 4000만~5000만원가량 높다.
기존 단지 입주민 사이에서도 지하철역 연결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 분당선 대모산입구역을 끼고 있는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개포’(2021년)가 대표적이다. 인근 개포주공6·7단지가 지하철역과 연결되면 단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단지 간 경쟁으로 지하철역 연결을 요구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