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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올릴 핑계가 없어요" 요즘 옷값 싸진 이유 있었네…10년 전 '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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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에 들어가는 핵심 원재료인 면화 가격이 올 들어 10년 전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주요 생산지의 기후 조건이 좋아 공급이 안정적인데다가 글로벌 의류 소비가 위축된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유가 하락으로 면화의 대체제인 폴리에스테르 가격이 올 들어 10% 넘게 떨어지면서 면화 약세에 힘을 보탰다. 올해 가격 상승 요인이 제한적인 탓에 싼 면화 가격을 등에 업은 가성비 ‘패스트패션’이 패션업계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10년 전 가격된 면화


15일 미국 뉴욕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면화 선물 가격은 전날 1.21% 떨어진 파운드당 65.48센트를 기록했다. 2015년 5월 가격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2022년 5월 10년래 최고가 수준이었던 1달러50센트가 넘는 수준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다.

올 들어 면화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든 것은 안정적인 공급과 위축된 수요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미국, 브라질, 인도 등 주요 생산지에서 면화 수확이 원활했다. 브라질 국가공급회사(CONAB)에 따르면 브라질의 2024~25년 면화 재배 면적은 6.9%, 수확량은 1.7% 늘어날 전망이다.

무역 분쟁을 겪는 중국 정부가 비축해둔 면화를 탄력적으로 조절했다. 재작년 인도 정부가 실시했던 면화 수출 제한 조치가 완화한 탓도 있었다. 특히 최근 유가가 떨어지면서 폴리에스테르 값도 급락하고, 이에 따라 합성섬유인 폴리에스테르 원단값도 떨어진 영향도 컸다. 면화로 만든 원면을 대체할 수 있는 소재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반등하는 듯 했던 글로벌 의류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다고 있다는 점도 면화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사람들이 의류 소비를 줄인 탓이다. 업체들이 쌓아둔 재고도 많았다. 2022년 사례 때문이다. 당시 텍사스 가뭄으로 인한 공급차질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리오프닝 수요가 겹치면서 면화값이 급등했다. 의류 업체들은 가격 변동성에 대응하고자 재작년과 작년까지 재고량을 충분하게 관리해왔다.

◆패스트패션 ‘방긋
의류업계에서는 중장기 면화 가격도 크게 오를 요인이 없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기후에 따른 공급 상황은 변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처럼 수요의 큰 변동성은 적기 때문이다. 또 기능성 의류 수요 증가로 인해 면보다 다양한 기능성 소재 수요가 늘고 있다. 면화 수요의 중장기 감소 요인이다. 의류업계가 면화값을 핑계로 가격 인상을 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면화 가격 약세와 고물가가 맞물리며 올해도 ’패스트패션(빠르게 소비하는 저가 의류)‘ 산업이 고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커스텀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패스트패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41억달러에서 2033년 3098억달러로 연평균 10.9%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방직업체로선 우호적인 환경은 아니다. 공급가 인하 압박을 받을 수 있어서다. 경방은 올해 1분기 원면 평균 수입 가격이 파운드당 83센트로 지난해 평균 92센트 대비 9.8% 떨어졌다. 경방은 1분기 분기보고서에서 “유가 하락으로 화학섬유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하면서 일부 수요가 원면에서 합성섬유로 이동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적었다.

고윤상 기자

오늘의 신문 - 2025.05.1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