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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兆 단위 '생존 유증'에 급락…2차전지, 당분간 방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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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먹구름' 낀 2차전지株

포스코퓨처엠 1.1조 유증에 풀썩
삼성SDI·SK온 증자 후 주가 급락
엘앤에프 등은 전환사채 발행

LG엔솔 등 3사 점유율 합쳐도
中 CATL의 절반 수준에 그쳐
美공화당 IRA 폐지 추진도 악재

2차전지 관련 상장사들이 재무안정성 확보를 위해 잇달아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성장 정체) 이후를 위한 증자”라고 설명하지만 자칫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글로벌 점유율 하락에 증자로 인한 신주 물량 부담까지 더해져 당분간 주가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자에 급락한 포스코퓨처엠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포스코퓨처엠은 4.0% 급락한 11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8%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전날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영향이다.

최근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2차전지 기업이 잇달아 대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1조7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SK온은 지난해 10~11월 두 차례에 걸쳐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상증자 결정 공시 이후 삼성SDI는 13.38%,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53.31% 급락했다.

유상증자가 여의치 않은 2차전지 중소 상장사는 자금 조달을 위해 전환사채(CB)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 들어 양극재 제조사 엘앤에프(1000억원·1월)와 정수필터·2차전지 소재 업체 엔바이오니아(200억원·5월), 2차전지 장비 기업 제일엠앤에스(190억원·2월), 에이프로(50억원·4월) 등이 CB 발행에 나섰다. 대부분 업황 악화로 적자를 내거나 실적이 크게 감소한 곳이다.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발행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주가치는 희석된다. 단기적으로 주가도 하락하기 쉽다. 다만 유상증자가 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3월 20일 조(兆) 단위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오히려 발표 직전보다 13.85% 상승했다. 증자 규모를 줄이기도 했지만 탄탄한 실적 증가세, 추가 수주를 위해 선제 투자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시장의 신뢰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2차전지 업황에 대한 기대가 컸던 2021년 포스코퓨처엠이 최근과 비슷한 조건으로 1조2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을 때 주가는 한 달여간 36% 뛰었다. 유상증자 자금 활용처와 업황이 주가 향방을 가른 셈이다.
◇‘밑 빠진 독’ 되나
최근 국내 2차전지 업체는 중국에 글로벌 점유율을 크게 빼앗기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38.3%)과 BYD(16.7%)의 올 1분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대비 각각 0.4%포인트, 2.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10.7%)과 SK온(4.7%), 삼성SDI(3.3%) 점유율은 같은 기간 각각 2.2%포인트, 0.1%포인트, 2.2%포인트 하락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가성비 높은 중국 기업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위주로 재편되는 영향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전기차 시장 캐즘이 끝나더라도 중국 시장의 공세에 뒷걸음질하는 국내 2차전지 업체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생긴 상황”이라며 “2차전지 기업의 적자 폭이 커지며 ‘생존을 위한 증자’가 줄 잇는 상황에서 당분간 주가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공화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제 혜택을 대거 폐지하는 법안을 내놓으면서 조만간 추가로 유상증자에 나서는 2차전지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기업이 신규 수요처를 크게 확보해놓지 못한 상황에서 IRA가 폐지되면 소재업계 전반에 추가적인 유동성 우려가 불거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성미/이시은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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