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통합항법시스템 1위 회사인 덕산넵코어스의 황태호 대표(사진)는 14일 인터뷰에서 “요즘은 항재밍 장비가 없으면 전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포탄용 항재밍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육군과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 등에서 15년간 일하다가 2016년 덕산넵코어스로 옮긴 뒤 2023년 대표로 취임했다. 덕산넵코어스는 직원 165명 중 74명(45%)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황 대표는 “우수 인력이 몰려 있는 덕산넵코어스의 항재밍과 항법시스템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덕산넵코어스의 주력 제품인 통합항법시스템은 무기에 적의 좌표를 찍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연장로켓 천무와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등에 덕산넵코어스의 항법시스템이 장착돼 폴란드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됐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23년 314억원에서 지난해 사상 최대인 452억원으로 43.9% 늘었다. 같은 기간 58억원 영업손실에서 20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덕산넵코어스의 경쟁력이 호실적의 기반이 됐다. 이 회사는 위성항법과 관성항법을 한 시스템에 담아 두 항법의 단점을 보완하는 통합항법시스템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위성항법은 정확하지만 3만㎞ 상공에 떠 있는 위성에서 좌표를 전달하기 때문에 전파 세기가 약해 재밍에 취약하다. 관성항법은 재밍의 위험이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차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누리호와 나로호에 이 회사 항법시스템이 장착됐다. K9 자주포의 항법시스템도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덕산넵코어스의 드론·전차용 통합항법시스템도 항재밍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재밍이 되는 상황에서 미사일 등 유도무기를 장거리 표적으로 정확하게 유도하는 통신 데이터링크(중계기) 또한 덕산넵코어스의 기술 중 하나다.
덕산넵코어스는 기만(좌표 조작)에 대응하는 항기만 기술을 연구 중이다. 황 대표는 “미국 GPS는 해외 위성이다 보니 항기만용 좌표를 암호화할 수 없다”며 “2035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KPS(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가 운용되면 암호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덕산넵코어스는 올 하반기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또 대전 안산국방산업단지에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신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황 대표는 “민간도 재밍 피해를 볼 수 있어 저가형 민간 대상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