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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잠자는 비대면진료 허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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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 1건도 통과 안돼

37년. 국내에서 비대면진료 규제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이 진행된 기간이다. 의사와 의료인, 환자 간 다양한 시범사업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국내 비대면진료는 근거법이 없는 ‘시한부’ 신세다.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비대면진료 법제화 법안이 7건 발의됐지만 임기 종료로 모두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과 우재준 의원이 각각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비대면진료에 대한 의사단체 등의 반대 목소리가 완강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사이 국내에서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경험’만 쌓이고 있다. 비대면진료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이 추진된 것은 1988년부터다. 당시 서울대병원 의사와 경기 연천군보건소 의료진 간 엑스레이 등을 공유하고 판독을 돕는 원격자문 사업이 시작됐다. 의사가 산간오지에 있는 환자와 원격으로 소통하는 초기 단계의 의사-환자 간 비대면진료 모델이 구축된 것은 1994년이다.

오랜 시범사업 역사처럼 이를 지칭하는 용어도 ‘유비쿼터스(U)-헬스’ ‘E-헬스’ ‘원격진료’ ‘비대면진료’ 등으로 계속 바뀌었다. 새 정부마다 “이번엔 규제를 손보겠다”며 다른 이름을 내걸면서다. 하지만 제도 마련에 성공하진 못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2004년 시작한 17대 국회부터 비대면진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1년간 한 건도 통과하지 못했다.

국내 비대면진료가 전환기를 맞은 것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부터다. 감염 예방을 위해 일시적으로 허용된 뒤 각종 플랫폼이 봇물 터지듯 개발됐다. 비대면진료는 지난해 2월 의정갈등 사태를 맞아 또다시 한시적으로 수명이 연장됐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은 “정부가 재차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하향하면 또다시 비대면진료가 제한적으로만 가능해진다”며 “환자 편의를 위해서도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오현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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