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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韓→金 대선후보 '반전의 반전'…대혼돈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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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의총부터 김문수 복귀까지…3일간 무슨 일이

9일 의총서 강제 단일화 의결
10일 새벽에 기습 후보교체 후
당원 투표했지만 예상 밖 부결

11일 김문수 대선후보 등록
의총 참석해 의원들에게 큰절
"더 넓게 품지 못했던 점 사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한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후보 교체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 당원들이 제동을 걸면서다. 지난 8일 오후 7시 시작된 지도부와 대선 후보의 갈등은 10일 늦은 밤 마무리됐지만 양쪽 모두가 패자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벽 3~4시 후보 등록받은 국힘
국민의힘 지도부와 김문수 대선 후보의 갈등이 격화한 것은 8일 저녁이다.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2차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지도부는 두 후보 중 누가 단일화 후보로 적절한지 선호도 조사를 했다. 선호도 조사 결과 한 전 총리가 우세하면 김 후보가 반대하더라도 강제 단일화 작업에 들어가겠다는 취지였다.

양측의 갈등은 9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한층 심화했다. 김 후보가 단일화를 요구하는 의원들 앞에서 “당 지도부가 하는 강제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 내가 나서서 이기겠다”고 말하면서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곧바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맞받았다. 발언을 마친 김 후보는 말리는 의원들을 뿌리치고 의총장을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김 후보가 후보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8일 낸 가처분 신청이 9일 오후 기각됐다. 지도부의 단일화 추진을 막을 법적 제동장치가 사라지자 지도부는 단일화 작업에 더 속도를 냈다. 이에 김 후보 측과 한 전 총리 측은 두 차례 단일화 관련 협상을 했다. 이마저도 여론조사 방식 이견으로 결렬되자 당 지도부는 10일 0시 비대위 및 당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잇달아 열어 김 후보의 자격을 박탈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새벽 3~4시 후보를 받는다는 공고를 냈고, 한 전 총리는 새벽 3시30분에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한 전 총리가 입당하자마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당원 제지로 후보 교체 사태 마무리
10일 오전만 해도 한 전 총리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당 지도부는 후보 교체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10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후보 변경 찬반을 묻는 조사를 했다. 무난하게 과반의 찬성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김 후보 측과 한 전 총리 측이 추가로 단일화 협상을 했지만 이마저도 결렬됐다.

김 후보가 추가로 법원에 대선 후보 교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게 마지막 변수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진짜 변수는 전 당원 투표였다. 예상을 깨고 후보 교체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과반으로 집계돼 후보 교체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상당수 당원이 기습적으로 이뤄진 후보 교체에 절차적 흠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이 잇달아 자신의 SNS에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한동훈),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홍준표), “막장극을 자행하고 있다”(안철수), “국민의힘의 모습이 아니다”(나경원) 등의 글을 올리고 비판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됐다. 후보 교체를 주도한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격을 되찾은 김 후보는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을 취소한 뒤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쳤다. 오후 3시 국회에서 자신이 요청해 열린 의총에서 연단에 올라 “더 넓게 품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발언한 뒤 사과의 큰절을 올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한 전 총리는 “결과에 승복하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며 대선 레이스를 마쳤다.

이슬기/정상원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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