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진한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후보 교체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 당원들이 제동을 걸면서다. 지난 8일 오후 7시 시작된 지도부와 대선 후보의 갈등은 10일 늦은 밤 마무리됐지만 양쪽 모두가 패자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의 갈등은 9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한층 심화했다. 김 후보가 단일화를 요구하는 의원들 앞에서 “당 지도부가 하는 강제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 내가 나서서 이기겠다”고 말하면서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곧바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맞받았다. 발언을 마친 김 후보는 말리는 의원들을 뿌리치고 의총장을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김 후보가 후보자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8일 낸 가처분 신청이 9일 오후 기각됐다. 지도부의 단일화 추진을 막을 법적 제동장치가 사라지자 지도부는 단일화 작업에 더 속도를 냈다. 이에 김 후보 측과 한 전 총리 측은 두 차례 단일화 관련 협상을 했다. 이마저도 여론조사 방식 이견으로 결렬되자 당 지도부는 10일 0시 비대위 및 당 선거관리위원회 회의를 잇달아 열어 김 후보의 자격을 박탈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새벽 3~4시 후보를 받는다는 공고를 냈고, 한 전 총리는 새벽 3시30분에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한 전 총리가 입당하자마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이다.

김 후보가 추가로 법원에 대선 후보 교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게 마지막 변수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진짜 변수는 전 당원 투표였다. 예상을 깨고 후보 교체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과반으로 집계돼 후보 교체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상당수 당원이 기습적으로 이뤄진 후보 교체에 절차적 흠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이 잇달아 자신의 SNS에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한동훈),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홍준표), “막장극을 자행하고 있다”(안철수), “국민의힘의 모습이 아니다”(나경원) 등의 글을 올리고 비판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됐다. 후보 교체를 주도한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이슬기/정상원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