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라마운트는 올해 1분기(1~3월)에 71억9000만달러(약 10조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월가 추정치(70억9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29달러로, 월가 추정치인 0.25달러보다 16%가량 많았다.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파라마운트플러스 가입자는 79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보다 150만 명 늘면서 스트리밍 부문 매출이 9% 이상 증가했다.
반면 워너브러더스의 같은 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매출과 조정 주당순손실이 각각 89억8000만달러, 0.18달러였다. 월가 추정치(각각 95억9000만달러, 0.13달러)를 밑돌았다. 미키17 흥행이 실패한 데 따른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워너브러더스는 미키17 제작비로 1억1800만달러, 마케팅 비용으로 8000만달러를 투입했다. 봉준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작품이다.
두 종목 실적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파라마운트 주가는 올 들어 12.78% 급등했다. 워너브러더스는 같은 기간 14.92% 급락했다. 하지만 월가는 두 종목 모두에 박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파라마운트가 배급하는 배우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마블에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만든 제임스 건 감독의 영화 ‘슈퍼맨’(배급사 워너브러더스) 등이 개봉을 앞뒀지만 과거와 같은 실적 성장세를 견인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라마운트 투자의견을 낸 월가 애널리스트 24명 중 18명이 ‘매도’(9명) 또는 ‘중립’(9명)을 제시했다. ‘매수’는 6명에 불과했다. 워너브러더스와 관련해선 ‘매수’가 14명으로 많았지만 ‘중립’과 ‘매도’ 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도 13명(중립 12명, 매도 1명)이나 됐다. 월가는 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득세하면서 영화 제작·배급산업 자체가 위축됐다고 진단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점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이다. 경쟁국들이 합세해 보복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은 수익 대부분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보복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 영화사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앨리샤 리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영화 관세가 실제 부과되면 세계 각지에 지은 촬영 스튜디오를 인건비가 높은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며 “보복 관세까지 맞으면 미국 주요 영화사 실적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