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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사랑에 빠졌다"…데뷔 17년만에 고백, 상대 누구길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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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랑데부' 태섭 역 최민호


'반짝반짝 빛나는' 그룹 샤이니 멤버에서 배우 최민호의 존재를 입증했다. 연극 '랑데부'는 남녀 단 두명의 배우가 무빙워크 외에 별도의 소품이나 장치도 없는 무대 위에서 채우는 공연이다. 실험적인 시도에도 탄탄한 구성과 유쾌한 전개로 입소문을 타며 지난해 LG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인 후 호평을 받았던 '랑데부'는 올해 예술의전당 무대에 다시 올리면서 배우들의 연령대를 다양하게 구성하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최민호는 30대 태섭을 대표하며 "너무 방대해 깜짝 놀랐다"는 대사량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을 이끌었다.

'랑데부'는 로켓과학자 태섭과 짜장면집 딸 지희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어린 시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서로 알아가며 이해하고, 스스로의 상처도 치유하며 성장한다. '랑데부'와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다"는 최민호는 자신과 전혀 다른 태섭을 연기하기 위해 "태섭처럼 매주 수요일 짜장면을 먹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획을 짜고, 그대로 수행하는 것에 안정을 느끼는 태섭처럼 "매일 일부러 루틴을 만들어봤다"면서 캐릭터에 몰입했던 시간을 전했다.

2012년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에게 출연하며 연기자로 존재감을 보여준지 13년, 차근차근 그만의 필모그라피를 쌓아왔지만,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에 가려 더 박한 평가를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최민호는 그럼에도 "가수 활동을 하며 무대에 선 덕분에 더 수활한 부분도 있었다"며 "처음 무대에 오를 때 의심의 눈초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끼면서 더 신나더라"면서 연극에 푹 빠진 미소를 보였다. 다음은 최민호와 일문일답.

▲ 태섭으로 무대에 오른 소감이 궁금하다.

= 처음 대본을 봤을 때부터 마법처럼 다가왔다. 준비하는 기간부터 행복하고 좋았던 기억만 가득하다. 물론 대본을 외우고 어려운 지점에 봉착되는 지점이 있었지만, 그 과정마저도 좋은 기억으로 자리잡았고, 처음 무대가 끝나고 나서 뭔가 짜릿했다. 그래서 행복하고 짜릿한 감정으로 남아있다.

▲ 연극에 도전하게된 계기가 궁금하다.

= 20대 초반부터 연극을 하고 싶었다. 연기를 시작하면서 깊게 고민하고, 파고들고 하는 순간부터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지점을 고민하다가 '연극을 한다면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막연한 상상을 하고, 꿈이 생겼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꼭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있었다. 작년에 시기와 타이밍과 운이 잘 맞아 시작했고, 그게 너무 좋은 감정이었고, 많은 것을 배우고, 무언가가 다가왔다. 그렇게 사랑에 빠져 행복했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사랑에 빠진게 작품으로 드러나는거 같다.

▲ 실험적인 부분이 많은데, 부담이나 두려움은 없었을까.

= 첫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마치고 감사하게도 많은 제안이 왔다. '랑데부'는 하나의 감정에 대해 '이래서 그랬구나' 라는, 심플하지만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거 같아서 너무 좋더라. '신선하고 재밌다', '독특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초연은 보지 못했지만, 그냥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뒤늦게 정보를 보니 이미 상연이 됐다는 걸 알게 됐고, '나는 새롭게 할 수 있을거 같다'고 해주시더라. 두 사람의 상상만으로 무대를 채울 수 있다는 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 거 같았다. 그 위에서 표현했을 때 여러 해보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보니 도전해보고 싶더라. 그걸 무대에서 하고 있는 하루하루가 재밌고, 새롭게 다가왔다. 관객들도 의심하면서 들어오지만 그 안에서 하나가 돼 동기화가 돼 매회 공연을 만들어주시고 있더라. 의심의 눈초리가 초반엔 있는데 사라지는 게 확실히 느껴진다. 그때 '이번 공연 성공했다'고도 느낀다.

▲ 두번째 무대라 수월해진 게 있나.

= 처음엔 같은 연기로 같은 무대에 서는 거지만 모든 게 다 물음표가 붙었다. 내가 표현하는 게 잘 하는 건지, 도와주는 스태프도 있지만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첫 무대를 경험하면서 '이렇게 내가 생각한 것들이 되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고, 물음표도 많이 풀렸다. 도움이 많이 됐다. 간극을 줄일 수 있었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구나'를 느꼈다.(웃음)

▲ 연극을 통해 어떤 '무언가'를 배운 걸까.

= 많은 무대에 섰고,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과 공허함이 있었다. 이번에도 당연히 있지만 채워지는 부분이 있었다. 제가 몰랐던 준비 과정뿐 아니라 캐릭터와 작품 분석을 하고, 의미를 찾고, 전달하는 게 어떻게 할 지에 대한 포인트가 디테일하더라.

▲ 무대 설치가 독특해서 가수로서 무대 경험이 도움이 됐을 거 같다.

=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 연극 무대는 연기만 하는게 아니라 몸에 있는 것도 표현해야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오픈해야 함에서 있어서 콘서트를 선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있으려 노력했다. 특히 이번엔 소품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빈무대에서 제 연기와 상상력과 움직임으로 채워나가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관객들의 몰입이 깨진다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았고, 더 철저히 준비하려 했다. 그래서 뿌듯한 지점도 있다. 경험을 하면 도움이 안되는 게 없다.

▲ 어려움과 난관은 뭐였나.

= 시작부터 대사량이 엄청났다. '내가 외울 수 있을까' 싶었다. 인간이 외울수 있나 싶고.(웃음) 실수를 하면 안되고. 버벅되면 안되니까. '잊으면 어떡하지' 이런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리고 두번째는 무대 위에 있으면서 전환되는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이 컸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하면 빨리 빠져들고 몰입할지 고민했다.

▲ 100분간 퇴장도 없다.

= 시작할 때부터 무서웠다. 걱정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첫 독백을 4분정도 하는데 이때 관객들을 사로잡지 못하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서, 그 독백 준비를 많이 했다. 선배님들과 고정 페어를 하고 있는데, 저와 같은 역할 맡았지만, 그분들의 태섭은 또 조금씩 다르다. 저는 나이가 좀 어리고, 그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제가 따라가려해도 따라가지 못하는 게 있다. 그래서 저만의 태섭으로 해석하고 표현했다. 그렇게 관객들이 극에 몰입한 게 느껴지면 '오늘은 잘 헤처나갈 수 있겠다' 싶더라.

▲ 선배 태섭들에게 도움 받은 게 있을까.

=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코미디도 커서. 대사도 바꿔보려고 하는데. 선배님이 하면 좋은데 저는 안좋은 것도 있고. 서로 오픈을 하고 연습을 하고 하니까 좋았다. 춤 추는 장면은 제가 경험이 많아서 '이런 느낌이구나'를 빨리 알아서 제가 아는 지름길들을 알려드리기도 했다. 상대 배우에게도 말해주고. 안무 감독님 외에 엄청난 얘기를 했고.(웃음) 저는 춤을 못추는 캐릭터라 어색하게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어색하게 손을 뻗는데 안무 감독님이 '뻗는 거 멋있는데' 하셔서. 그런 '웃픈' 에피소드가 있었다. 초반에는 힘든 과정이었다.

▲ 후반부에 감정이 고조되는데 그건 힘들지 않았나.

=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고 말하면 안될거 같았다. 그것도 날마다 다르다. 언제는 너무 올라와서 누르고, 언제는 끌어올려서. 제 기준점을 세우고 맞추려 노력했다.

▲ 상대 배우 김하리와의 호흡은 어땠나.

= 믿을 건 상대 뿐이기 때문에 서로 다 오픈했다. 부족한 거, 좋은 걸 얘기해주고. 그렇게 편하게 얘기하자고 했고, 그렇게 처음부터 말한 게 도움이 됐다. 무대에 올라가서도 계속 소통을 했고, '도와줘'라는 말도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런 얘기를 많이 하니 가까워질 수 밖에 없었다.

▲ 인스타그램에 '감정기록'을 계속 작성하고 있다.

= '랑데부'에서 이태섭 박사는 연구기록을 남긴다. 연구기록은 감정은 빼고 팩트만 기록하는데, 거기서 따와서 저는 극이 끝난 감정기록을 한다. 그렇게 남기려 했다. 매일 만나는 태섭과 민호는 같은 대본이라도 다른 지점이 있더라. 그런 경험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걸 기록해두고 싶었다. 이전 것들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싶었다.그리고 그걸 보신 관객들이 더 크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싶어서 사소한 재미로 시작했다.

▲ 태섭은 MBTI에서 현실적이고 계획적인 'T'와 'J'형 인간인데, 본체 민호는 '불꽃민호'라 불릴 만큼 열정형 'P' 형 인간으로 유명하다.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 매주 수요일 같은 시간 다른 지점의 짜장면을 먹는다. 왜 하필 그 시간에 짜장면을 먹는지 가까워지려 짜장면을 먹었고, 알게 모르게 가까워진 거 같다. 공연할 때 제 루틴이라는 게 없다. 뭔가 그게 깨지면 방해가 되는 느낌이라서. 그런데 일부러 만들었다.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식사를 하고, 공연장 몇시간 전에 도착해서 메이크업을 받고, 화장실 가고 , 옷을 입을 때도 오른손, 왼손 넣고 같은 생각을 하고 그러다 올라간다. 태섭은 슈퍼 J형인데 저는 완벽한 P형이라 힘들더라. 삶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 주변 사람들 반응은 어떻던가.

= 멤버들은 아직 못봤는데, 지인들은 '어떻게 다 외웠냐'고 하더라. 다들 저를 잘 아니까 걱정을 하고, 응원을 해주는데. 제가 잘 해내니까 '좋았다'고 하더라. 저를 다시보게됐다고 하더라. 제 주변 사람들이 그런 말 하는게 어렵다 생각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너무 기분좋다. 매주 수요일 짜장면 먹는 걸 세달째 올리니까 처음엔 '무슨일 있냐'고 하더라. 그래서 '이유가 있다. 나중에 봐라'라고 했다.(웃음)

▲ 민호가 본 태섭은 어떤 사람인가.

=오차없는 정사각형이다. 완벽해서 멋있지만, 완벽해서 별로인, 그게 매력인 거 같다.

▲ 팬들도 많이 보러 오더라.

= 매일 편지를 받는데, 그걸 1시간반 정도 읽고 잔다. 팬들이 저만의 디테일을 발견한 게 있다. 그런 부분이 감사했다. 퇴근길 문화도 신기하다. 너무 많은 분들도 문제가 생길까봐 엄청 급하게 가고는 있는데, 너무 빨리 간다고 해서 이제 좀 천천히 해볼까 한다.

▲ 중심이 잡힌 안정적인 모습이다.

= 제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점에 있어서 연극이 새롭게 다가온 거 같다. 두렵기도 하지만, 이걸 해냈을 때 오는 나의 발전이 확실히 있을 거 같다는 게 생각이 생겼다. 저의 선입견, 편견이 있지만 연극 무대 보러왔을 때 설득할 자신이 있어서 무언의 자신감도 생긴 거 같다. 스스로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는 과정인거 같다.

▲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 칭찬이 계속 나오고 있다. '크게 사랑하고, 크게 결별해서 그런게 아니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도 나오더라.

= 아무일도 없었다.(웃음) 매번 최선을 다했는데, 이번에 운이 좋아서 그렇게 느끼지 않았나 싶어서, 다른 매체 연기할 때 이걸 전달 할 수 있을까 싶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중력을 거슬러 가는 사랑도 제 감정을 가져오지 않았다. 순수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다가가려 했다. 누가봐도 서툴러 보이고, 납득을 시키기 위해 고민했다.
▲ 아이돌로 오래 활동하다보니 태섭처럼 강박은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 최민호의 강박은 없었나.

= 목표를 세우고, 이루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주변 사람들이 제 눈치를 보고, 신경을 쓰고 이런 상황들이 안좋더라. 그리고 승부욕이 있다보니 제가 예민해지고 구석으로 몰고가니 되던 것도 안되는 경향이 나왔다. 그래서 그걸 평상시엔 안하려 한다. 목표도 안만들려 하고, 모든 것을 열어 놓는다. 그런데 지금 캐릭터는 1부터 100부터 다 맞춰버리니, 자신의 세상이 깨져버리니. 그리고 논리적이고, 모든 답변을 대답하는 사람이 작은 틈이 무너지면서 재밌게 나오는데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재밌는게 나오더라.

▲ 연극을 계속 할 생각일까. 수익을 생각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투어를 더 돌자'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 저의 연예인이란 삶에 도움이 되기 위한 연극을 회사가 지지해주고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또 좋은 작품이 찾아온다면 열려 있어서, 도와줘서 고맙다. 서로 망설이지 않고 도전하고 있다. 또 좋은 작품이 찾아온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

= 뭔가 새로운 거 보다 제껄 더 단단하게 하고 싶다. 그런 다음에 다음을 생각하고 싶다. 제가 서른 초중반에 '랑데부'를 만나 태섭을 표현하는데, 40대, 50대, 60대의 태섭이를 하는 게 저의 목표다. 다른 걸 표현할 수 있을 거 같고. 나이가 있어서 캐릭터가 주는 무게감도 다를 거 같다. 연출님께도 말씀드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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