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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위기 속 부상하는 스테이블코인"…한국의 대응 전략은? [태평양의 미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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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정책 가시화
'달러 약세'이어지며 '스테이블코인' 급부상

"한국 대응책 마련해야"
'원화 스테이블코인'발행 대안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인 스티븐 미란은 허드슨베이 캐피탈 재직 중이던 2024년 10월, 「세계 무역질서 재편을 위한 사용자 가이드」를 발표했다. 소위 ‘미란 보고서’로 불리는 이 40여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외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환율을 억제하고 무역 흑자를 축적하기 위해 미국 달러(미 재무부 채권)를 매입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지속적인 대외 적자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와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관세를 레버리지로 활용한 무역 재편 전략을 제시했으며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으로 채택됐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가시화되자 미국 달러화는 연초 대비 거의 모든 주요 통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화와 일본 엔화 대비 10% 이상, 영국 파운드화 대비 8% 이상 하락한 것이다. 전통적인 경제학자들은 이를 두고,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다른 주요 국가보다 더 큰 타격을 입고 경기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로 본다. 주요 국가들이 미국 국채를 매각하고 관세 보복을 준비하는 가운데, 미국은 미국 국채의 새로운 매수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에 직면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바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美국채의 새 매수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해시드오픈리서치가 2025년 3월 발간한 「원화스테이블 필요성과 법제화 제안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전체 시장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통 금융 시스템에서의 달러 비중(국제 외환 거래의 88%, 국제 결제의 50%)을 훨씬 상회하는 독점적 구조다.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해당 통화 단위의 안전자산으로만 구성돼야 하므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확산될수록 미국은 미국 국채의 새로운 매수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2024년 6월, 폴 라이언 전 하원의장이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의 중요한 매수자가 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개발과 성장을 촉진해 미국 달러의 주권을 보호하겠다”는 목표를 밝히며, 8월 이전에 관련 법안이 자신의 책상 위에 올라오도록 할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이에 따라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 팀 스콧(Tim Scott)과 상원 디지털자산 소위원회 위원장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가 공동 발의한 미국 스테이블코인 법안(GENIUS Act)은 지난 3월 상원 은행위원회를 통과했고, 5월 1일부터 본회의 표결이 진행 중이다.

이쯤 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지지는 단순한 표심 공략을 넘어선 국익 중심의 전략적 선택임이 분명해진다. 올해 중 스테이블코인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지급결제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며, 모든 인프라 산업이 그렇듯 선발주자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다(first-mover advantage). GENIUS Act는 Meta, Google, Home Depot 등 플랫폼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미 막대한 사용자 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자사 플랫폼을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대중화를 빠르게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한국 입장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원화(KRW) 수요 약화, 환율 상승, 기업 원가 부담 증가, 외국인 투자 유출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엄중한 상황을 인식했다고 해서 대응 방안을 쉽게 마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한국 경제를 지켜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선택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과 원화스테이블코인 발행 방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는 것보다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으로 관리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편이 더 현명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해외 자본을 국내로 유입시키고, 동남아 등 해외를 중심으로 원화스테이블코인의 수요를 창출하며,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및 핀테크 업체의 플랫폼을 활용해 원화스테이블코인의 유통을 확대하는 것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I
금융감독원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디지털금융과
가상자산 분야의 규제와 시장 실무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사법연수원 41기 수료 후 금감원에서 펀드 및 신탁 제도 개선,사모펀드 분쟁조정, 디지털금융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며 2022년 이후로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및 하위규정 제정 지원,거래소의 가상자산 상장과 관련된 자율규제 제정 지원 등 가상자산 규제 마련에 주력했다.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Columbia Law School에서 LL.M. 과정을,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Professional M.B.A. 과정을 각각 수료해 국내외 법률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과 금융시장 실무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와 균형 잡힌 감각을 갖추고 있다. 2024년 태평양에 합류한 이후,가상자산, STO 등을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금융 관련 법률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태평양의 미래금융전략센터(센터장: 한준성 고문)는 2024년 5월 출범하여, 금융권 디지털 혁신 가속화와 금융 기술 발전에 발맞춰 가상자산·전자금융·규제 대응·정보보호 등 금융 및 IT 분야 최정예 전문가들로 진용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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