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도입된 책임준공형 신탁사업은 신용도가 낮은 건설회사를 대신해 신탁사가 대주단에 책임준공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PF 대출을 지원한다. 신탁사들은 사업비의 2%를 받아가는 고수익 구조에 주목해 경쟁적으로 이 사업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호황기 때 남발한 책임준공 약정이 이제는 재무구조를 뒤흔드는 리스크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3년여간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로 ‘책임준공 관리형 토지신탁’ 방식으로 추진된 PF 사업이 잇따라 부실화하면서 신탁사가 직격탄을 맞기 시작했다.
원자재값 상승과 인건비 증가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공사가 지연·중단된 사업장이 늘던 차에 중소·중견 건설사들의 도산까지 급증하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폐업한 전문건설사만 765곳에 달했다. 신동아건설(58위) 삼부토건(71위) 대흥건설(96위)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200위에 드는 중견 건설사도 10곳이나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자금난으로 은행 대출금조차 못 갚는 건설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1분기 말 건설업 연체율은 0.73%(산술 평균 기준)로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8년 1분기 말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무궁화신탁의 경우 지난해 9월 자본 적정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이 정부 규제 기준(150%)에 한참 못 미치는 68.7%로 급락, 두 달 후인 11월 금융위원회의 경영개선명령을 받았다. 이 지표는 지난해 말 -195.5%로 더 악화했다.
이 와중에 소송 리스크까지 더해지자 부동산신탁사의 재무구조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소송을 건 투자자는 PF 사업에 투입한 대출 원리금에 연체이자까지 배상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체이자만이 실질적인 손해액이라고 보는 신탁사와 인식 차가 크다. 이 때문에 소송에서 패소한다면 상당 규모의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소송에선 대출금의 일부만 배상액으로 청구한 투자자도 있어 패소로 판결이 확정되면 배상할 금액이 더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한 건설·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이미 파국 상태인 PF 사업장이 상당하기 때문에 투자자 승소 판결이 나오면 똑같은 소송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