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 VC 인비저닝파트너스가 미국 희소광물자원(희토류) 재생기술 기업 피닉스 테일링스(Phoenix Tailings)의 시리즈 B 라운드 투자를 리드했다. 피닉스 테일링스는 이번 투자 유치로 총 7600만 달러(1062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투자에는 한국의 인비저닝파트너스를 비롯해 미국의 벤처펀드 이스케이프 벨로시티, 빌더스 비전, 일본의 투자사 야마하 모터 벤처스, 엠파워, 프레시디오 등이 참여했다. 기업의 투자 계열사들 등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상당 부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2019년 설립된 피닉스 테일링스는 알루미늄을 가공할 때 생성된 폐기물을 친환경 방식으로 정제해 희소광물자원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매사추세츠 우번에 생산 시설을 운영 중이며 희소광물자원이 섞여있는 원광을 고유한 전기분해 기술로 정제해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터븀(Tb)과 같은 고부가가치의 금속을 생산한다. 이러한 희소류 금속은 주로 영구자석 생산에 활용된다. 영구자석은 전기차, MRI, 변압기, 제트 엔진 등 매우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부품이다.
희토류는 채굴, 제련, 정제 등의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탄소배출 및 오·폐수 발생은 환경 문제로 꾸준히 지적돼 왔다. 피닉스 테일링스는 산업 폐기물을 전기로 분해해 미량의 희토류를 추출하는 기술로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의 환경 문제를 크게 줄인다.
희토류 정제 산업은 중국이 전세계 수요의 95% 이상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전기차, 군수품, 항공 등 국가전략 산업 전반에서 희토류 자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피닉스 테일링스의 기술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미국 내 자원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피닉스 테일링스는 올해 초 4300만 달러(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추가 라운드를 열었다. 3300만 달러(460억원)를 2차로 추가 유치해 목표 금액을 크게 넘는 7600만 달러를 확보하게 됐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VC 투자가 다소 둔화된 분위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례적인 흥행"이라고 말했다.
인비저닝 파트너스는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선제적으로 투자하면서 주요 투자사들의 공동 투자를 견인했다.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는 딥테크 기업의 스케일업 라운드를 한국 투자사가 주도한 것이다. 인비저닝 파트너스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내외 기후테크 투자에 집중해온 투자사다. 회사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2023년 피닉스 테일링스에 초기 투자를 하며 성장을 조력해왔다.
김용현 인비저닝 파트너스 대표는 “피닉스 테일링스에 초기 투자할 때에는 광물자원의 채광과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여러 불순물 배출을 저감하는 혁신 순환자원 기술로서 가진 잠재력을 주목했다”며 “본격 상업 생산 단계에 돌입하면 희소광물자원을 더욱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닉스 테일링스는 이번 투자금을 생산 역량 확대에 활용할 계획이다. 뉴햄프셔 엑서터에 설립 중인 신규 정제 시설은 연간 500톤의 희소광물자원 금속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미국 국방 산업의 연간 수요량 전체에 해당한다. 초기 생산은 2025년 가을부터 연 200톤 규모로 시작될 예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