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의 최종 계약을 오는 7일 체결한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전날 오후(현지시간) 한국수력원자력과 EDU2 간 두코바니 원전 건설 프로젝트 본계약 체결 일정을 '5월 7일'로 확정 발표했다.
체코 원전 사업은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2022년 3월 체코전력공사기 국제 공개경쟁입찰로 진행했다. 단일 건설 사업으로는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로 사업비가 4000억코루나(약 26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9년 공사에 들어가 2036년부터 상업 운전하는 게 목표다.
반면 내륙에 짓는 담수형 원자로의 경우 냉각탑 등 추가 시설이 필요하다. 한수원이 내륙 국가인 체코에서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하게 되면서 내륙 원전에 관한 트랙 레코드를 처음으로 쌓게 됐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통상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해안가 원전을 짓다가 처음으로 내륙형 원전을 지을 수 있게 됨에 따라 향후 수출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원전 기반이 전무했던 UAE 바라카 때와 달리 체코의 경우 이미 러시아 로사톰 원전 6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원전업계 관계자는 “불모지에 원전의 기반을 이식한 것(UAE 바라카)과 이미 원전 운영 경험이 풍부하고 각종 규제가 탄탄하게 짜여져 있는 시장의 진입 허들을 넘은 것(체코 두코바니)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국원자력학회장을 지낸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체코 본계약 성사에 대해 “국내 2032~2033년 들어설 신한울 3·4호기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7~2038년 계획된 국내 신규 대형원전 2기 사이의 ‘인터벌’을 2036년 준공되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이 메워준다는 점에서 국내 원전업계의 지속적 발전이 가능해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운영하고 있는 코나EV 생산 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원전 업계 관계자는 “한국 원전 기술을 토대로 체코의 제조업계뿐만 아니라 체코에 생산 설비를 차린 한국 기업들에도 24시간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양국 간 윈윈 효과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2022~2023년 간 원전 분야의 수출 계약 건수는 182건, 규모는 31억6900만달러(약 4조5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앞서 2019년부터 3년 간 체결된 계약 건수(84건), 총 금액(8400만달러)을 훨씬 웃돈다. 국내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고 전 세계적으로도 원전 르네상스 붐이 일면서 해외 판로가 급속도로 활기를 띤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원은 이번 체코 프로젝트 성사에 앞서 2022년 8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3조원)를 시작으로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 사업(2600억원),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 개선 사업(1조2000억원) 등을 잇달아 수주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는 중소·중견 기자재 업체의 해외 판로 개척 지원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원전 핵심 설비 중 하나인 반응도계산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유저스가 대표적이다. 반응도계산기는 원전을 처음 가동할 때는 핵연료의 중성자 반응 상태가 설계대로 잘 작동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계산해주는 기기다. 유저스는 이를 디지털 방식으로 개발해 아날로그 방식 설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저스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해당 설비를 수출하고 있다. 최근 3개년(2022~2024년) 간 수출 금액은 약 35억원에 달한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에도 향후 유저스 같은 중소기업들이 기자재를 동반 수출하는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체코 수주는 단순한 외교적 성과를 넘어 한국 원전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원전 업계 기술력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