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포스코센터(포스코차이나) 1층 팝마트(파오파오마터)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양모씨는 라부부 인형(사진)을 바로 구입했다. 30대 자영업자 장모씨도 “집이나 가게에 걸어두면 볼 때마다 행복해진다”며 “시간이 날 때마다 다양한 팝마트 매장을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중국 장난감 업체 팝마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관세 폭탄 부과를 이어가면서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지만 ‘품절 대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 둔화와 높아지는 실업률에 20~30대를 중심으로 감성 소비 열풍이 확산하고 있는 영향이다.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장난감을 만들어 파는 팝마트는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고급 피규어 제품을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박스에 넣어 파는 ‘랜덤 박스’ 전략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는 원하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랜덤 박스를 구매해야 희소성이 큰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재구매율이 높고 충성 소비자가 많은 편이다.
높이 7~8㎝ 미니 피규어가 주력인데 가격은 69~79위안(약 1만3000~1만6000원)이다. 특히 털이 복슬복슬하고 삐죽삐죽한 이빨과 장난기 넘치는 귀가 있는 라부부는 직장인 사이에서 ‘최애’ 제품으로 등극했다. 라부부는 블랙핑크 리사가 언급해 인기가 더 높아졌다. 최신 라부부는 출시되자마자 매진되고 있다. 중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중고 거래 온라인 사이트 알리바바의 센위에선 라부부 가격이 평균 99위안에서 130위안으로 올랐다. 지난해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반스와 함께 출시한 한정판 제품은 정가 599위안에서 현재 약 1만4800위안에 판매되고 있다.
팝마트의 급성장은 중국 경제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중국은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청년 실업률이 급증해 직장인의 심리적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30대 이상 소비자가 감정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팝마트에 열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팝마트 주가는 올 들어 111.3%, 최근 1년간 468.14% 급등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