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4월 들어 아틀라스팔천은 세 차례의 대규모 지분 매매를 통해 두 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떨어뜨리며 2대 주주로 물러났다. 이를 통해 아틀라스팔천이 확보한 돈은 400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행보에 대해 엔켐측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수순"이라고 밝혔다. 아틀라스팔천과 엔켐으로 이원화된 엔켐 계열의 지분 구조를 엔켐을 정점으로 광무→중앙첨단소재→상지건설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광무 지분 매입에 허덕이는 엔켐의 자금 여력을 감안할 때 엔켐이 계열사 지분을 사들여 수직계열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도 나온다.
엔켐은 지난달 11일 중앙첨단소재와 공동으로 이니텍의 지분 33.86%를 인수하며 500억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255억원을 투입한 엔켐은 협진으로부터 광무 지분을 사올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654억원, 순손실 5712억원 등을 기록하는 등 본업에서 현금을 창출하기도 어렵다.
결국 시장의 시각은 지분 매매를 통해 4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된 아틀라스팔천으로 향한다. 아틀라스팔천은 2021년 광무, 2023년 중앙첨단소재 인수 과정에서 350억원을 차입한 상황이다.
TRS는 자금 부족 등으로 자산을 매입할 수 없는 투자자를 대신해 증권사가 대신 주식 등 기초자산을 매입하고, 이후 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은 투자자에게 귀속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2023년 6월 광무는 메리츠증권에 320억원의 규모의 담보를 제공했고, 메리츠증권은 이를 근거로 120만주의 엔켐 보통주를 매입했다. 2024년 6월까지 1년으로 설정된 만기까지 엔켐 주식은 급등했다. 2023년 6월말 7만1000원이던 주가가 22만5000원으로 3배 오른 것이다. 이같은 주가 상승에 광무의 TRS 수익도 급증해 1081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매출 65억원, 영업손실 47억원을 기록한 광무가 104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2024년초 2000원대에 머물렀던 광무의 주가는 TRS 수익이 반영된 반기실적이 나온 시점을 전후해 급등해 9월에는 4000원 안팎을 나타냈다. 이때 협진은 광무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653만5950주를 120억원에 취득했다. 올해 4월에도 협진은 광무의 지분을 50억원에 추가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광무의 실적보다 주식 가치를 높게 인정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광무가 TRS 계약을 맺은 시점부터 만기 때까지 1년간 계약 대상이 된 엔켐의 주가가 3배 오른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엔켐측에 TRS계약과 관련해 사전 내부자 정보 유출 등 부정 계약 가능성, 아틀라스팔천을 중심으로 한 관계사들의 지분 매매 계약 관련 의혹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