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재무부 청사에서 이뤄진 한·미 2+2 통상 협의의 ‘화룡점정’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조선 협력 방안 발표였다. 회동을 앞둔 정부는 조선 협력이 한국만 제시할 수 있는 카드라고 보고, 미국 해양·조선 관련법과 행정명령을 참고해 면밀하게 협력 패키지를 준비했다. 협의 이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한국이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지고 왔다”고 밝히면서 ‘K조선’이 양국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미국과 협상차 방미 중인 다른 나라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 대표단에 ‘미국의 반응이 놀랍다’며 비결을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미국 해양·조선업 재건에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폭넓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기업의 추가 투자 방안과 해양 인력 육성 협력 방안, 국내 조선소가 소화할 수 있는 신규 선박 건조 일정 등을 설명했고 미국이 만족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협상을 앞두고 정부는 국내 대형 조선사를 대상으로 독 운영 계획과 건조 일정을 상세히 파악했다. 미국 의회에서 재발의를 논의 중인 ‘십스 액트’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서명한 ‘해양 지배력 강화’ 행정명령을 면밀히 검토해 협의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표단엔 이 일을 맡은 산업부 조선해양플랜트 과장과 총괄 서기관이 동행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미국 측에서 공식적으로 새 배 건조에 대해 요청받은 건 없다”면서도 “과거에도 해군 관계자 등이 방한할 때마다 해당 내용(군수지원함)은 미국 측 단골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비상시 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민간 선박인 전략상선단과 군수지원함, 전투함 등의 건조를 추진 중이다. 전략상선단은 전시에만 동원할 수 있고, 전투함은 비밀 사항이 많아 한국과의 협력은 군수지원함 건조부터 시작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선박을 지은 경험이 있는 HD현대와 한화오션의 특수선 독을 총동원하면 4~5척 ‘동시 건조’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30일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협력이 속도를 낼 수도 있다. 펠란 장관은 울산의 HD현대, 거제의 한화오션 조선소를 둘러보고 각사 고위 관계자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와의 면담도 예정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도 같은 기간 방한해 동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다음달 15~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회의에 참석해 ‘중간 점검’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훈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