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나 미국이 이달 초 부과한 상호관세(25%)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지난 주 일본과의 협상장에 깜짝 등장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국과의 협의에는 나오지 않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우리 정부 실무자들은 이날 미국 백악관 동쪽 재무부 건물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1차 한미 관세협의를 마쳤다.

오전 8시부터 한시간 동안 예정됐던 회의는 당초 예정보다 10분 늦게 시작해 1시간10분 가량 진행됐다. 오전 9시부터 두 사람이 참석해야 하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가 잡혀 있었으나 베선트 장관과 최 부총리는 양국 관세협상을 우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참했다. 이날 오전 협의장소가 최종 재무부 건물로 확정된 순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은 확정적이었다. 지난 16일 일본 관세협상에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을 때는 장소가 백악관으로 막판에 변경됐었다. 한 대사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경호상의 이유로 백악관에서 회의가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재무부 건물로 장소가 결정된 것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일본 협상단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면담 후 베선트 장관 등과 후속 협의를 이어갔던 반면, 한국과는 1시간 10분 정도 면담이 전부였던 셈이다.

이날 협의에는 주미한국대사관의 안세령 경제공사와 한국에서 온 기획재정부 및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협의에 배석했다. 한국 측 배석자는 총 7명으로 알려졌다. 최 부총리는 협의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으나 답하지 않았다. 최 부총리와 안 장관은 이날 오후 5시(한국시간 25일 오전 6시)에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간담회를 통해 협의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안 장관은 앞서 기자들에게 "한미 교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자동차"라면서 이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측은 상호관세 자체를 면제해 달라는 요구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등장하지 않은 배경은 분명치 않다. 다만 최근 중국과의 관세 협상이 계획한 대로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는 상황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에 대해 최소 145%에 달하는 고율관세(상호관세 125%+펜타닐 관세 20%)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협상에 나온다면 관세율을 낮출 수 있다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또 협상이 "매일 이뤄지고 있다"면서 잘 진행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와 관련해 "협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한국 등 개별 국가와의 협상에 직접 참여하는 전략이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협의에서 대일 무역적자를 "0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방위비 인상 문제, 쌀 수입 문제 등을 직접 언급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모자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장관)에게 주어 쓰게 하고, 이 사진을 백악관 대변인실을 통해 배포했다. 이런 행동은 미국 내에서는 지지를 받을 수 있을 수 있지만, 일본 내에서는 반발을 일으켰다. 아카자와 장관은 '저자세 굴욕외교'라는 정치권의 비판을 받아야 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과도 양자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에서 쉽사리 관세 정책을 뒤로 물릴 가능성도 희박하다. 상호관세는 물론, 자동차·자동차부품(예정)·반도체(예정) 관세 등은 미국 시장과 연결된 국내 기업들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협상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얻어 낼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