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실체가 없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의 삶과 비슷해요. 많은 관객이 공감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공연을 계기로, 조그만 힘이지만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기부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배우 박근형)
"우리 연극계는 열악하기 짝이 없어요. 제가 젊었을 때와 비교해도 달라진 게 없죠. 연극을 시작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청년들에게 작지만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배우 신구)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두 거장인 배우 신구와 박근형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로 청년층을 위한 기부 공연에 나선다. 다음 달 13일, 단 하루 열리는 무대에선 두 원로 배우와 관객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됐다.
23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신구와 박근형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흥행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기부 공연을 올리는 배경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특별 공연은 두 배우의 뜻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고도를 기다리며' 제작사 파크컴퍼니가 공동 기획했다. 오는 5월 13일 오후 7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이번 공연은 19~34세 청년 관객들로만 채워진다. 올해 성인이 된 19세(2006년생) 청년은 10~15만원 상당의 문화예술 관람비를 지원받는 '청년문화예술패스'를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다른 연령대 청년은 관람료를 내야 한다. 이렇게 모인 수입은 청년 연극인을 지원하기 위해 아르코가 조성하는 '연극내일기금'으로 전액 기부된다.
기금은 연극인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투입될 예정이다. 정병국 아르코 위원장은 "그동안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쉽지 않았다"며 "기부 공연의 모형을 만들어주신 두 선생님 덕분에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이 좋은 연극을 봄으로써 더 좋은 연극이 만들어지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우 신구는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일들이 작품 안에서 만들어지는 상황과 비슷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젊은 층이 극장을 찾아오신 것 같아 너무 감사합니다."
기부 공연이 끝난 뒤엔 배우 최민호(샤이니 민호)가 사회를 맡아 두 배우와 오경택 연출가가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배우 박근형은 "K-드라마 등 한류의 모체는 연극이라고 생각한다"며 "연극계 자원이 풍성해지길 바라며, 기부 공연에서 젊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봉사하는 정신을 갖고 노년을 살고 싶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