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 지역을 대표하는 간판 빵집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맛있는 빵이 있다면 먼 곳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니는 ‘빵지 순례’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 트렌드가 된 영향이었다. 대전의 성심당, 전북 군산의 이성당 등이 그랬다. 하지만 모두가 성심당, 이성당 같을 수는 없었다. 치열한 경쟁 탓에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스타 빵집’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부산의 대표 빵집인 옵스의 지난해 매출은 299억원으로 전년(305억원) 대비 2.2% 감소했다. 이 빵집 매출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통옥수수빵으로 유명한 대구의 삼송빵집(법인명 삼송비엔씨)도 코로나19 이후 처음 매출이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매출은 4.5% 줄어든 180억원이었다.
지역 간판 빵집만 역성장한 것이 아니다. 도넛 브랜드 ‘노티드’로 큰 인기를 끌었던 지에프에프지 매출은 지난해 6.7% 줄어든 630억원에 그쳤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 이 회사 매출이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유명 빵집이 분점을 늘리면서 참신함과 희소성이 약화한 탓도 있다. 노티드의 경우 인기를 끌자 매장을 급격히 확대해 작년 말 기준 45곳에 이르렀다. 작년 한 해에만 20여 곳의 매장을 새롭게 열었다. 매장이 많아지자 노티드의 ‘상징’과도 같았던 긴 대기 줄은 사라졌다. 삼송빵집은 아예 가맹사업으로 전환해 매장 수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대구뿐 아니라 서울과 부산, 울산, 전북 전주, 충북 청주 등에 가맹점을 세워 ‘전국구 빵집’으로 거듭났다. 대전 한 지역에서 직영점만 고집하는 성심당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갔다.
가격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 옵스는 23일부터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리겠다고 공지했다. 원재료값 상승과 물류비 증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6개들이 다쿠아즈 가격이 기존 1만48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오르는 등 일부 제품 가격이 인상됐다. 대체 가능한 동네 빵집이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가격 인상은 손쉽게 소비자 이탈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반면 경쟁 심화에도 매출이 여전히 급격히 늘고 있는 동네 빵집도 있다. 충남 천안의 뚜쥬루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매출이 126% 증가한 253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도 273% 급증한 21억원에 이르렀다. 돌을 데운 열기로 빵을 굽는 독특한 방식의 제조법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뚜쥬루가 세운 ‘빵돌가마 마을’은 천안의 관광 명소가 됐다.
성심당과 이성당도 성장 스토리를 이어가고 있다. 성심당의 작년 매출은 55% 급증해 1937억원에 달했다. 이성당 매출도 6.7% 늘어난 284억원으로 집계됐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