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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실트론 인수전…두산도 뛰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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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업확장…체질 탈바꿈"
몸값만 5조…차입금 부담 클 듯

마켓인사이트 4월 16일 오후 3시 24분

두산그룹이 세계 3위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2007년 두산밥캣 인수로 유통업에서 중공업으로 그룹 체질을 바꾼 데 이어 또 한 번의 빅딜로 전공정부터 후공정까지 아우르는 핵심 반도체 장비기업으로 재탄생하겠다는 전략이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SK실트론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SK㈜에 최근 전달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70.6%다. 지금까지 SK그룹은 한앤컴퍼니와 MBK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물밑에서 매각 협상을 벌였다.

두산은 그룹의 미래 성장축을 반도체와 소형모듈원전(SMR)·신재생에너지, 로봇·인공지능(AI) 등으로 정하고 특히 반도체 분야 영토 확장에 공을 들였다. 2022년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기업인 두산테스나를 4600억원에 인수해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 진출했으며 다른 매물 인수도 검토해 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상수 수석이 적극적으로 반도체 사업 확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투자증권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두산의 CSO신사업전략팀에 입사했다.

SK실트론 인수전에서 두산그룹은 임직원의 고용 안정성과 사업 지속성 측면에서 PEF보다 자신들이 인수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PEF가 가져가면 차익 실현을 위해 재매각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에서다.

기업 가치가 5조원에 달하는 SK실트론의 높은 몸값으로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두산은 금융권에서 인수 금융을 조달하거나 다른 재무적 투자자(FI)와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나 이어 실트론까지…두산의 미래, 반도체에 베팅하나
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에 뛰어든 것은 반도체 장비·소재 사업을 그룹의 핵심 먹거리로 빠르게 정착시키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은 2022년 국내 1위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기업 테스나를 46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반도체 전후방 연계사업 관련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 후보로 거론돼왔다. 오비맥주 매각과 두산밥캣 인수 등 역사에 남을 ‘빅 딜’로 유통에서 중공업 그룹으로 변신한 두산이 이번에도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반도체 그룹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두산그룹은 지주사 ㈜두산 내 전자BG 사업부와 자회사 두산테스나를 두 축으로 반도체 사업을 꾸리고 있다. ㈜두산 전자BG가 반도체 기판용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고, 두산테스나가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를 맡는 구조다. 2023년 두산테스나를 통해 이미지센서 반도체 후공정 전문 기업인 엔지온을 흡수합병해 웨이퍼 연마, 절단, 반도체칩 선별 및 재배열 등 후공정 기술력을 확보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 플랫폼 협력사인 세미파이브 지분 7.04%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세미파이브 경영권 인수와 SFA반도체, 매그나칩 구미공장 인수 등 추가 M&A를 검토했지만 성사되진 못했다.

두산 측은 추후 재매각이 불가피한 사모펀드(PEF)가 반도체 필수 소재 제조사 SK실트론의 경영권을 쥐는 것보다 자신들이 인수하는 게 규제당국과 임직원을 설득하기 쉬울 것이라는 점을 SK㈜에 강조하고 있다. 유력 후보인 한앤컴퍼니가 법상 외국인으로 분류돼 국가 핵심 산업을 영위하는 SK실트론 인수 승인을 정부에서 받아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측은 인수 대상인 경영권 지분 70.6%의 대가를 약 1조5000억원 내외로 추산했다. SK실트론의 전체 예상 기업가치인 5조원 중 3조원 안팎의 순차입금을 제외한 2조원에 SK㈜가 소유한 지분만큼 가치를 산정했다. 두산 그룹 관계자는 “제안을 받아 검토한 것은 맞지만 그룹 재무 상황상 진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반대 기조도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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