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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 너도나도 즐겨 마시더니 '돌변'…흔들리는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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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위축에 '독한 술' 외면 겹쳐
승승장구하던 위스키社 '비틀'

골든블루, 작년 영업익 32%↓
실적 악화에 창사 첫 희망퇴직
윈저글로벌·페르노리카도 부진

경기침체 우려·음주문화 급변
늘어나던 수입, 작년 10% 줄어


국내 위스키 제조사들이 비틀거리고 있다. 경기가 사나워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데다 독한 술을 찾는 소비자마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을 이겨내지 못한 일부 회사에서는 매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흔들리는 국내 위스키 실적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위스키 제조 업체 골든블루의 작년 매출은 2094억원으로 전년(2241억원) 대비 6.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338억원으로 32% 급감했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스카치 위스키를 주로 취급하는 윈저글로벌도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2023회계연도(2023년 7월~2024년 6월) 매출은 1032억원으로 전년 동기(1102억원)보다 6.3% 줄었다. 영업이익도 340억원으로 2%가량 감소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매출이 1751억원으로 전년(1852억원)보다 5% 줄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2~3년 전 코로나19 마무리 국면에 ‘보복 소비’ 열풍을 타고 위스키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지금은 옛날이야기”라며 “경기가 나빠지면서 사치품으로 여겨지는 위스키의 판매량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볼 유행마저 시들해져
위스키 시장 침체의 배경은 단순히 경기 문제로 한정하기 어렵다. 급변하는 음주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보다는 저도수 술을 천천히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위스키가 설 자리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앤서베이가 최근 발표한 음주문화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가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은 맥주(70.4%)였고, 소주(49.2%)와 하이볼(22.6%)이 뒤를 이었다. 위스키는 22.2%로 4위까지 밀렸다. 2030세대 응답자 중 무알코올 주류를 경험한 비율도 73.9%에 달했다. 술은 ‘취하려고 마시는 것’이라는 인식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위스키는 코로나19 이후 인기가 급등하다가 2023년 정점을 찍고 소비가 줄고 있는 모양새”라며 “하이볼 유행마저 사그라들면서 위스키 시장이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위스키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은 2만7440t으로, 전년(3만586t) 대비 10% 줄었다. 위스키 수입량이 2022년 73.2%, 2023년 13.1% 증가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위스키가 주로 유통되는 편의점에서도 위스키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GS25의 작년 위스키 매출 증가율은 36.5%로, 2022년(65.6%)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세븐일레븐의 위스키 매출도 지난해 15% 늘어 직전 연도 매출 증가율(80%)을 밑돌았다. CU의 지난해 위스키 매출 증가율도 30.1%로 2022년(48.5%)보다 낮아졌다. 지난해 CU의 하이볼 매출 증가율이 315.2%에 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최근 관세 이슈로 환율도 고공행진하고 있어 수입 주류인 위스키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크다”며 “위스키업계가 프리미엄과 가성비 제품군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4.1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