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원전본부별 습식저장소(수조)의 포화도는 75%를 넘어섰다. 원전에서 배출된 사용후 핵연료를 중간저장시설로 내보내기 전 ‘중간단계’로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고리2호기가 포함된 고리원자력본부는 습식저장소 포화도가 작년 말 기준 91.2%로 7년 뒤면 꽉 찬다. 사용후 핵연료는 습식저장소에서 최대 5년(중수로형 원전은 6년)간 저장하면 발전소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로 옮겨도 될 정도로 잔여 방사능과 열이 빠져나간다.
세계 원전 보유 32개국 중 23개국이 건식저장시설 129개를 운영하고 있다. 가동 원전 94기를 보유한 미국에서는 건식저장시설이 61개에 달한다. 또 다른 원전 강국인 프랑스는 건식저장시설이 한 곳도 없지만, 이는 프랑스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이 없는 탓에 습식저장소 포화도가 계속 차오르고 있다. 그런데도 월성본부 한곳에서만 건식저장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허용하면 사용후 핵연료가 영원히 보관될 것으로 ‘착각’한 주민 반발이 심하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건식저장시설은 중간저장시설과 영구보관시설에 넣기 전 임시 조치”라며 “원전 계속운전을 위해선 건식저장시설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