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해 주요 교역국에 상호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만든 자유무역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행사를 열어 “오늘은 미국 경제 독립선언의 날”이라며 상호관세 부과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미국인은 우리의 희생으로 다른 나라가 부유하고 강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우리가 번영할 차례”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국에 일방적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상호관세와 기본관세 두 가지를 적용했다. 주요 대미 흑자국 등 57개국에 국가별로 다른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그 밖의 다른 교역국에는 일괄적으로 10%의 기본관세를 매겼다. 국가별 상호관세는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등이다. 한국에는 26%를 적용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별도 자료와 달리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라고 발언해 혼선을 일으켰다.
상호관세 부과로 한국이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특히 한국에 부과한 관세율은 EU와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20개국 중 가장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아마도 가장 최악은 한국과 일본 등의 나라들이 부과하는 비금전적인 장벽”이라며 한국과 일본에서 팔리는 차의 81%, 94%가 자국산이라고 했다. 한국에 고율의 상호관세를 적용하면서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은 것이다.
중국은 상호관세율이 34%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기존 관세율(약 13%)에 20% 추가 관세를 부과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67%(13%+20%+34%)로 높아진다.
백악관은 기본관세는 미 동부시간 5일 0시부터, 상호관세는 9일 0시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상호관세와 별개로 3일 0시부터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도 발효됐다. 백악관은 상호관세와 기본관세는 합산되지 않으며,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도 상호관세와 합산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상호관세율을 포함해 모든 관세율은 향후 협상 대상인 만큼 최종 관세율은 변동될 여지가 있다. 중국과 EU는 이번 조치에 반발하며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로 다가온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며 “통상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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