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재외동포가 밀집한 서울 대림동에서 만난 한 중국동포 상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 체류하는 재외동포 중 60대 이상의 비율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한국 체류 재외동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동포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다. 전체 중국동포 체류자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화까지 진행돼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국내 건설·제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력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0대 이상 재외동포는 2019년 17만2459명에서 지난해 22만2563명으로 5만105명 늘어나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50대는 7만6043명에서 10만3504명으로, 40대는 6만8837명에서 8만5512명으로 늘었다.
반면 20대 재외동포는 2019년 4만6057명에서 지난해 3만2362명으로 확 줄었다. 30대도 9만2649명에서 8만8878명으로 감소했다.
재외동포 고령화는 중국동포 고령화와 직결된다. 지난해 전체 재외동포 가운데 중국동포는 38만9544명(70.3%)으로 가장 많았다.
한 행정사는 “선택권이 많은 젊은 층과 달리 중국동포 고령자들은 한국에 익숙해져 머무르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 업무를 도맡아온 중국동포 등 재외동포가 노쇠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경제 성장과 해외 일자리 증가로 H-2 비자로 방한하는 중국 동포는 감소세”라며 “앞으로도 한국 유입은 증가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중국동포는 중국 내에서도 인구 감소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체류 중국동포의 고령화는 중장기적으로 제조·건설업 등 내국인 기피 직종의 인력 수급에 차질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재외동포에게 쉽게 주어지는 ‘정주형’ 비자를 다른 외국인으로 확대해 외국인 노동력 공급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건설업 등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H-2와 F-4 비자를 통합·관리해 취업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