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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청년' 안 보이더니…대림동 갔다가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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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포도 늙어간다…"3D직종 일할 사람 확 줄어"
국내 체류 재외동포 중 '60대 이상' 비율 첫 40% 돌파

60대 이상 재외동포 22만명
4년새 5만명 늘어 고령화 가속

조선족 체류자수도 갈수록 줄어
제조·건설업 등 인력 공급 차질
외국인 노동력 수급 다변화 필요

“이제 다 할머니, 할아버지만 남았습니다. 젊은 아이들은 여기(한국)에서 배운 기술로 중국에 터 잡고 한국에는 왔다 갔다만 하죠.”

중국인 재외동포가 밀집한 서울 대림동에서 만난 한 중국동포 상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 체류하는 재외동포 중 60대 이상의 비율이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한국 체류 재외동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동포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다. 전체 중국동포 체류자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화까지 진행돼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국내 건설·제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력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쇠해지는 외국인력
3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외국 국적 재외동포 체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재외동포(F-4) 비자로 체류 중인 55만3664명 가운데 60세 이상 인구는 22만2563명으로 40.1%를 차지했다. 열 명 중 네 명은 60세 이상 고령자란 뜻이다. 이는 1년 전인 2023년 37.7%보다 2.4%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4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 국적 재외동포는 주로 F-4와 단기 체류 비자인 방문취업(H-2) 비자로 들어온다.

60대 이상 재외동포는 2019년 17만2459명에서 지난해 22만2563명으로 5만105명 늘어나 전체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50대는 7만6043명에서 10만3504명으로, 40대는 6만8837명에서 8만5512명으로 늘었다.

반면 20대 재외동포는 2019년 4만6057명에서 지난해 3만2362명으로 확 줄었다. 30대도 9만2649명에서 8만8878명으로 감소했다.

재외동포 고령화는 중국동포 고령화와 직결된다. 지난해 전체 재외동포 가운데 중국동포는 38만9544명(70.3%)으로 가장 많았다.

한 행정사는 “선택권이 많은 젊은 층과 달리 중국동포 고령자들은 한국에 익숙해져 머무르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 업무를 도맡아온 중국동포 등 재외동포가 노쇠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앞으로도 한국 유입 안 늘 것”
국내 체류 중국동포도 전반적으로 감소세다. F-4 비자 체류자만 놓고 보면 2019년 34만3886명에서 지난해 38만9544명으로 5년 동안 조금씩 순증했다. 하지만 H-2 비자 체류자 일부가 정주 목적으로 F-4 비자로 전환한 영향으로, 전체 수는 줄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H-2와 F-4 비자를 보유한 중국동포를 합산하면 2019년 53만7000명에서 2024년 46만8000명으로 5년 만에 7만 명가량 줄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경제 성장과 해외 일자리 증가로 H-2 비자로 방한하는 중국 동포는 감소세”라며 “앞으로도 한국 유입은 증가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중국동포는 중국 내에서도 인구 감소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체류 중국동포의 고령화는 중장기적으로 제조·건설업 등 내국인 기피 직종의 인력 수급에 차질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재외동포에게 쉽게 주어지는 ‘정주형’ 비자를 다른 외국인으로 확대해 외국인 노동력 공급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건설업 등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H-2와 F-4 비자를 통합·관리해 취업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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