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산림당국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잿더미가 된 산림만 역대 최대인 3만7752ha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서울 전체 면적(6만ha)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동해안 일대에는 최대 초속 20m의 강한 남서풍까지 불어 산불이 동해안을 따라 강원 지역으로 북상할 우려가 크다. 오후 7시 기준 사망자는 안동 4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8명 등 21명과 경남 산청 사망자 4명, 추락한 헬기 조종사를 포함해 26명이다.
경북 지역 사망자는 전날 밤부터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희생자는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자로 산불로 인한 연기에 질식하거나 대피 도중 화마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는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 한 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종사 한 명이 사망한 채로 현장에서 발견됐다.
산불은 상승 기류를 타고 열기둥이 솟구치는 ‘비화(飛火)’ 현상을 일으키며 경북 북동부 지역을 휩쓸고 있다. 불씨가 초속 10∼20m의 강풍을 타고 10초 내 1㎞ 이상 날아가 산림당국도 진화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국내 1호 국립공원인 지리산과 경북 포항시에도 산불이 번지고 있다. 포항은 영덕·청송과 경계가 맞닿아 있고, 동해안 울진군은 산불 확산 지역인 영양군과 접해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경남(산청·하동·함양)과 전남(구례), 전북(남원) 등 세 개 도에 걸쳐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5차 회의를 주재하며 “전 기관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권용훈/영덕=오경묵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