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 위약금은 감당할 수 있을 거예요. 문제는 디즈니죠."
배우 김수현이 고인이 된 배우 김새론이 미성년자이던 시기에 교제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후 업계 관계자들이 보인 공통된 의견이다.
21일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넉오프' 측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신중한 검토 끝에 '넉오프' 공개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4월로 예정됐던 제작발표회만 연기한 채 상황을 지켜보던 디즈니가 '넉오프'의 공개까지 보류하기로 결정하면서 김수현이 천문학적인 금액의 위약금을 물어내야 하는 건 아닌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김새론의 유족은 고인이 김수현과 교제하면서 그가 이종사촌형으로 알려진 이로베가 설립한 골드메달리스트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골드메달리스트가 안정될 수 있도록 신인 개발과 연기 지도 등 회사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왔지만, 결별 후 음주운전 교통사고 수습에 소홀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더불어 지난해 3월에는 음주운전 교통사고 수습 비용인 7억원을 일시에 상환하라는 내용증명을 받았고, 김새론이 이에 따라 심각한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김수현과 골드메달리스트에 연락했지만 이를 피했다는 게 유족들의 설명이다. 김새론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삭제한 김수현과 뺨을 맞대는 사진 역시 이들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골드메달리스트 측은 반박하며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후 유족들은 김수현 측의 사과를 요구하며 김새론의 뺨에 뽀뽀하는 김수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비롯해 친필 편지 등을 추가로 공개했다. 논란이 커지자 골드메달리스트 측은 결국 "교제는 맞지만, 김새론이 성인이 된 후 만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김수현 측이 부인할수록 이를 입증하기 위한 유족들의 폭로 수위는 높아졌다. 유족이 결국 김수현이 바지를 입고 있지 않은 사진까지 공개하자, 골드메달리스트는 이에 대한 고소를 감행했다.
하지만 악화한 여론을 일순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다. 김수현 측이 "김새론과 교제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것처럼, "미성년자 시기엔 사귀지 않았다"는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 유족들의 1차 폭로가 나왔을 때 "사실무근"과 "법적 대응"으로 해명했다가, 이후에 "찾아오라"고 하는 해명에 "한때 교제했던 연인에 대한 존중도, 유족에 대한 예의도 없이 무례하다"는 반감도 나오고 있다.
미흡한 해명과 수습으로 논란이 커지면서 김수현이 출연 중인 광고와 작품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여론에 민감한 광고에서 먼저 '손절'을 하며 계약 해지 소식을 전하는 가운데, 현재 방송 중인 MBC '굿데이' 역시 김수현의 통편집을 예고하며 한 주 휴방을 결정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진짜 문제는 '넉오프'"라고 입을 모은다.

'넉오프'는 시대물인 만큼 미술, 세트 제작 등의 비용이 상당하다. 시즌1, 2를 통틀어 600억원 상당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수현의 몸값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불리는 만큼, 그의 출연료가 제작비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수현은 2020년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회당 2억원이 넘는 출연료를 받는다고 알려졌고,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어느 날'에서 5억원 이상 받는다고 전해졌다.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전작 tvN '눈물의 여왕' 출연료 8억원 설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수현의 '넉오프' 출연료는 대외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OTT 출연료가 통상적으로 방송사 드라마보다 높다는 점에서 "역대 최고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해졌다.
하지만 주연 배우인 김수현의 논란으로 공개 자체가 불투명해지면서, 그 책임 역시 김수현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제작비의 2~3배 정도를 위약금으로 지불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넉오프'가 공개되지 못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1800억원 상당의 위약금을 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추측한다.
한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은 위약금과 관련해서 계약이 더욱 철저하게 사례별로 나뉘어 있고, 소송을 통해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번 일로 디즈니 본사에 항의 메일이 전 세계에서 수천통이 발송됐다는 말이 돌 정도다. 해외에서는 미성년자와 성인의 교제와 관련해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광고 위약금 수백억원 정도는 지불할 수 있지만, 2000억원에 달할 수 있는 드라마 위약금은 김수현과 골드메달리스트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며 "미성년자 교제 부분을 강력하게 부인하는 건 이 때문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최근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고 있는 만큼, '넉오프'로 인해 디즈니플러스 한국 사업 본부가 해체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앱 월간사용자수(MAU)는 넷플릭스가 1345만명, 쿠팡플레이는 685만명, 티빙은 679만명을 기록했고 웨이브도 418만명을 기록했다. 반면 디즈니플러스는 257만명이었다. 국내 서비스되는 OTT 플랫폼 중 가장 낮은 것. '무빙'으로 정점을 찍었던 2023년 9월 433만명과 비교하면 200만명 가까이 줄었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최근 내놓은 요금제는 다른 나라의 요금 보다 파격적이다. 스탠다드 요금제는 5만 9400원으로 연간으로 가입하면 넷플릭스와 국내 서비스 티빙의 광고 요금제 5500원보다 싸다.
특히 디즈니플러스가 내놓는 드라마들이 잇따라 흥행에 참패하는 상황에서 '넉오프'는 구원 투수로 기대받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수현 논란으로 공개마저 불투명해진 만큼 디즈니의 고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