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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쓱' 훑어만 보세요?…돈 버는 '모델하우스 관람 꿀팁' [이송렬의 우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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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내꿈사 대표 인터뷰

모델하우스 '꼼꼼히' 살펴보는 법 공개
"침체한 분양시장, 4월 이후 풀릴 것"


서울에서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이른바 국민평형 84㎡ 아파트 한 가구를 분양받으려면 약 15억원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과 강북을 합친 평균 분양가라 높게 책정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최근 강북에서 분양한 모 아파트의 전용 84㎡ 분양가는 14억원대 안팎으로 형성됐다.

10억원이 넘는,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가격이 높은 쇼핑인데도 불구하고 간혹 모델하우스를 '쓱' 훑어만 보고 가는 예비 청약자들이 꽤 많다. 모델하우스, 잘 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숙희 내꿈사 대표(사진·필명:열정로즈)는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부린이(부동산+어린이, 부동산 초보자) 혹은 청린이(청약+어린이·청약 초보자)들이 모델하우스를 대강 보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청약을 앞두고 가장 중요한 절차이기 때문에 꼼꼼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모델하우스에 있는 '모형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모형도에 모든 답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단치 배치도와 모형도를 번갈아 가면서 살펴봐야 한다. 모형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형도의 방위표를 기준으로 채광과 일조량을 확인할 수 있다"며 "동간 간격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조망을 간섭하는지도 볼 수 있고, 단지를 둘러싸고 있는 도로의 폭으로 소음도 가늠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출입구와 진입로가 어디 있는지 확인해 실제 차량이 어디로 다니는지, 지하로 바로 연결되는지, 지상을 경유해서 가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모형도를 살펴봤다면 모델하우스 내에 있는 유닛도 들여다봐야한다. 정 대표는 "최근에는 가상현실(VR) 모델하우스 등이 보편화되면서 꼭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모델하우스를 볼 수 있지만 직접 현장에 와야만 느낄 수 있는 게 있다"며 "유닛에 들어오면 이 집이 지어졌을 때 천장의 높이나 거실의 개방감 등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닛 내부로 들어와서 가장 유의해 봐야 할 부분은 유상옵션과 무상옵션을 구분지어 봐야 한다. 유상옵션을 선택하지 않은 집의 경우 그렇지 않은 집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며 "일부 모델하우스에는 유상옵션이 적용되지 않은 일부 구역을 전시해 놓지 않았지만 대체로 그런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는 것은 결국 예비 청약자들의 몫"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닛 내부 연출은 말 그대로 '연출'이기 때문에 관람할 때 유의해야 한다"며 "최대한 집이 넓어 보이기 위해 기존보다 더 작은 침대를 가져다 놓는다든지, 추가 조명을 설치해 더 밝은 느낌을 주기도 하고, 알파룸을 확장해 부엌과 연결하는 등 확장 옵션으로 꾸며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린이들이 현혹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유닛을 관람하고 상담받을 때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답을 받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 콘셉트로 가는 게 중요하다"며 "궁금한 것들은 미리 사전조사를 해 적어가고, 현장에서 받은 브로슈어나 팸플릿 등을 꼭 지참해 상담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것까지 물어봐도 되나' 싶은 것까지 다 물어봐야 한다"며 "질문을 하기 전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녹음하고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서 한 번 더 들어보면서 정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임산부, 장애인인 경우 '하이패스' 사용하기 △모델하우스에 입장하자마자 상담 번호표부터 뽑고 유닛 관람하기 △가능하다면 현장답사도 함께 하기 △모델하우스에 방문한 이후 나만의 답사기 작성하기 등을 꿀팁으로 꼽았다.


2009년부터 벌써 16년간 모델하우스를 다니면서 기억에 가장 남는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정 대표는 "2018년에 분양했던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자이개포' 모델하우스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예비 청약자들이 오전 6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오전 9시에는 이미 강강술래를 하듯 긴 줄이 생겨났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오죽하면 시행사에서 '모델하우스 입장 대기 시간이 최소 3시간 이상, 상담 대기시간은 최소 6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델하우스가 매우 혼잡해 금일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문자까지 보냈다"며 "많은 모델하우스를 다니면서 이 단지가 가장 인상이 깊다"고 떠올렸다.

분양가가 워낙 가파르게 치솟다 보니 최근 예비 청약자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까지는 대체로 규제지역에서 나오는 분양이 많았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 모든 단지가 '로또 청약'이었지만 2023년부터는 강남 3구, 용산구에만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청약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때문에 예비 청약자들 역시 분양가, 시세 차익에 관심을 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을 놓고 보면 강남3구나 용산구에서 나오는 청약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시세보다는 가격이 낮지만, 절대적인 가격이 높아 누구나 청약하긴 힘들다"며 "서울에 한정 지어본다면 현시점에서 시세 차익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미래 가치에 집중해 청약해야 한다. 때문에 '브역대신평초'(브랜드, 역세권, 대단지, 신축, 평지, 초품아) 등의 기준을 세워 단지를 선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분양 시장 침체는 적어도 4월 이후는 돼야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하나둘 시장에 분양 물량이 풀릴 것으로 본다"며 "시장에서 관심 많은 강남권 분양은 올해 하반기, 늦으면 내년 초까지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숙희 내꿈사 대표는 피아노를 전공하고 11년간 음악학원을 운영하다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19년 8월 '내꿈사' 네이버 카페를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부동산 업무를 시작했다. 2019년 '2020 대한민국 재테크 트렌드'를 출간했고 이어 2020년 '아는만큼 당첨되는 청약의 기술'을 냈다. 유튜브 '열정로즈TV'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영상·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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