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4일 스페인 타라고나에서 열린 ‘기아 EV 데이’에 참석한 200여 개 글로벌 미디어의 관심은 온통 기아가 처음 내놓은 전기 LCV인 PV5(사진)에 쏠렸다. 르노 ‘캉구’, 포드 ‘트랜짓’, 시트로앵 ‘베를링고’, 폭스바겐 ‘ID.버즈’ 등이 장악한 이 시장에 기아가 왜 뛰어들었는지, 어떤 전략으로 승부할지에 대한 관심이 같은 날 첫선을 보인 전기 승용차 EV4와 EV2를 압도했다.
LCV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틈새 차종이 아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배송, 건설 등 산업용뿐 아니라 셔틀버스 등으로 쓰이는 LCV가 자주 눈에 들어왔다. 최근 들어 캠핑카 등 개인 수요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CV는 대형 상용차보다 저렴하면서도 기동성이 있고, 충분한 화물 공간을 가진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이 지난해 LCV를 40만 대 넘게 판매할 수 있었던 비결이자 기아가 뒤늦게 도전장을 내민 이유다.
후발 주자인 기아의 전략은 ‘차별화’다. 내연기관 차량이 주류인 LCV 시장에서 전기차로 승부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400만 대 규모로 커질 글로벌 LCV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6%에서 30%로 확대될 전망이다. 송호성 기아 최고경영자(CEO·사장)는 “수요가 안정적인 LCV 시장에 진입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전동화로 자동차 패러다임이 바뀌는 지금이 적기라고 봤다”며 “각국 정부가 탄소중립을 맞추기 위해 전기 LCV 판매 목표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기아의 LCV 도전이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 수요는 아직 미미하고, 유럽엔 쟁쟁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으며, 미국은 한국산 상용차에 25% 관세를 물리고 있어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현대차그룹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 때도 지금과 비슷했다. 다들 “승산이 없다”고 했지만 제네시스는 10여 년 만에 국내외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에 버금가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게 됐다.PV5가 ‘제2의 제네시스’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