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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10년후 대한민국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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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30 리포트
풍요로움이 공기처럼 익숙했던 청춘들의 불안

선진국서 자란 첫 세대인데
40대 이상보다 미래 더 비관
"보편적 복지, 빚으로 돌아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이미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1만달러를 돌파했다. 자유민주주의는 ‘공기’처럼 익숙하다. 스마트폰은 장난감만큼이나 편하고 외국인과의 대화도 부담스럽지 않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을 오롯이 누린 2030세대(1986~2005년생) 얘기다. 이런 2030세대가 40대 이상 기성세대보다 대한민국과 자신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성장동력을 잃었고 자신의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걱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신문과 여론조사업체 피앰아이가 지난 13~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대별 인식 조사’에 따르면 20~30대의 40.0%가 10년 후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40대 이상(34.5%)보다 5.5%포인트 높은 응답률이다.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답한 20~30대는 13.8%로 40대 이상(24.5%)의 절반 수준이었다. 2030세대는 한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로 저출생·고령화, 사회·정치적 갈등, 사회적 계층 이동 사다리 붕괴,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한 국가재정 악화 등을 꼽았다.

이 같은 인식은 한국경제신문이 17~25일 2030세대 3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20대 대기업 직장인 김지완 씨(가명)는 “저출생·고령화로 생산성 저하가 뻔히 예견되는 와중에 새로운 성장동력은 사라졌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자꾸 보편적 복지 정책을 늘려 미래 세대에 빚을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 분야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김요한 씨(27)는 “대한민국은 지금이 최고 전성기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40대 이상은 젊은 시절 가진 게 없었어도 미래를 낙관적으로 생각했다”며 “반면 현재의 2030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 풍요와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지만 동시에 불안을 많이 느끼는 세대”라고 진단했다.
"내 미래 직접 바꾸자"…정치 입김 세진 MZ
2030세대가 대한민국 미래에 느끼는 불안감은 자신의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2030세대 다수는 “한국의 미래가 불안한데 개인의 미래가 밝겠냐”고 했다.

2030세대가 그 어느 세대보다 재테크에 목을 매는 것도 불안 해소를 위한 노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과 여론조사업체 피앰아이가 시행한 ‘세대별 인식 조사’에서 수입의 몇 퍼센트를 재테크에 쓰는지 묻는 질문에 2030세대 응답자의 19.7%가 41% 이상이라고 답했다. 40대 이상은 8.6%만 41% 이상으로 답했다. 수입의 많은 비중을 투자에 집중하다 보니 2030세대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족’을 자처하는 등 소비 최소화 경향도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며 2030세대가 정치적 목소리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일상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2030세대는 작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재테크 관련 문제를 시작으로 의견을 적극 밝히며 정책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쳤다. 하지만 아직 2030세대 목소리를 제대로 수용할 정치적 통로가 없다는 지적도 많다. 여야 모두 2030세대에 선거 직전에만 ‘반짝’ 관심을 보인다는 평가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의 불안을 잠재우려면 정치 구조와 정책 방향을 미래 지향적, 청년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2030세대가 놓인 현실과 이들의 생각, 기대, 걱정을 ‘대한민국 2030 리포트’ 시리즈를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할 계획이다.

도병욱/김영리/정상원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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