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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상판에 10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땅으로 추락한 피해자 10명 중 7명은 한국인, 3명은 중국인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직후 소방청은 ‘국가 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119특수구조대·119화학구조센터 등 장비 92대와 인력 172명의 소방력을 투입했다.
사고 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곳곳에는 끊긴 철근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고 깨진 철재 파편도 나뒹굴고 있었다. 현장 인근 언덕 경사로에는 크고 작은 콘크리트 파편들이 폭격을 맞은 듯 곳곳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이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과 소방대원 등 수십 명은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를 넘나들며 사고 수습에 한창이었다. 굴삭기 등 중장비가 투입됐고 콘크리트 잔해를 부수며 매몰된 인부를 찾기도 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 단독 주택들이 있었지만, 파편이 민가를 덮치지 않아 2차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주민 김모씨(55)는 “산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며 “외출하던 주민이 없어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구간은 ‘DR거더 런칭 가설’ 신공법이 적용됐다. 교각 위에 상판을 올리기에 앞서 수십m의 ‘런처’를 가로로 길게 먼저 설치한다. 이후 상판을 일렬로 교각 위에 쌓는다. 런처를 따라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여러 상판을 차례대로 밀어넣는 방식이다. 자연환경 훼손과 하부 지형 영향을 최소화하는 공법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런처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상판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장비를 이용해 철 구조물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작업자 간 신호가 맞지 않아 구조물 간 충돌이 일어났을 수 있다”며 “특정 위치에 하중이 쏠려 연쇄적으로 구조물이 붕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호반산업·범양건영 세 곳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다. 주관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당사 시공현장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며 “조속한 현장 수습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발생 직후 수사관 78명으로 이뤄진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현장감식 및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박상우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안성=강태우/김영리/유오상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