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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재정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금리를 더 낮추면 환율과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과 물가 안정 기조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재정정책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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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이날 제시한 올해 성장률 1.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1%), 국제통화기금(IMF·2.0%), 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KDI·1.6%) 등의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1.5% 성장률에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경로가 이미 반영돼 있다”며 “이보다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선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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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조원을 넘는 대규모 추경에 대해선 “부작용이 크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오는 35조원 추경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추경은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때 보완하는 역할”이라며 “진통제를 갖고 (경제를) 훨훨 날게 하려는 것은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추경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면 내년엔 그보다 많은 재정을 써야 성장률이 올라간다”며 “계속 더 많이 하면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8월과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결정도 적극 변호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8월엔 가계부채, 지난달엔 환율 문제 때문에 (인하를) 한 달 늦춘 것”이라며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 잘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날 금통위 결정과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를 다소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으로 받아들였다. 금리를 내리면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메시지를 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중립적인 발언이 많았다고 봤다. 시장의 예상과 한은의 가정이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도 나타났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3원 오르는 데 그치면서 1430원4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14%포인트 내린 연 2.596%에 마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