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 유가증권시장 데뷔 1년을 앞두고 직원들이 깊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사주 보호예수가 곧 해제되기 때문이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고, 전망도 밝지만, 한때 주가가 공모가 2배에 육박했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 수익률은 많이 낮아진 상태다. 에이피알은 광고모델로 배우 김희선을 내세운 뷰티 디바이스 메디큐브 에이지알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김희선 뷰티기기'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달 초 4만원대 후반에 머무르던 에이피알은 현재 5만5600원으로 공모가를 11.2% 웃돌고 있다. 4분기 실적 발표 후 기관 중심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세를 탔다. 직원들은 상장 후 보호예수로 묶여 처분할 수 없었던 우리사주를 시장에 매도할 수 있게 된다.
에이피알 임직원들은 우리사주 청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과거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에이피알의 직원 수는 419명(계약직 포함)이었다. 우리사주 청약 물량이 35만2540주(액면 분할 전 7만508주)였기 때문에 1인당 평균 840주를 청약한 것으로 계산된다. 청약률은 93% 수준이었다. 공모가 기준 평가원금은 4200만원이다. 현재 주가로 계산한 평가금액은 4670만4000원이므로 이대로 우리사주를 매도하면 1인당 470만원(세전)이 넘는 이익을 거두게 된다.
다만 상장 첫날 주가가 장중 9만3500원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9만3500원으로 계산한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87%, 평가금액은 7854만원에 달한다. 3000만원 이상 수익을 낼 기회를 놓쳤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매도 시점에 대한 직원들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1%대 수익률도 낮지 않지만, 높아진 눈높이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에이피알에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치는 7만원이다. 다올투자증권은 8만원으로 가장 높은 목표가를 유지한 상태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K뷰티의 해외 확장 분위기 속 에이피알은 브랜드사 중 가장 견조한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 2월 자사주 300억원을 추가 매입하기로 결정해 주가 하방도 지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에이피알 실적에 대해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는 비수기지만 매출액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뷰티 디바이스 사업은 미국·일본·홍콩, 기업간거래(B2B) 지역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화장품·뷰티 사업도 미국·일본·홍콩을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 해제 기대감도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에이피알이 최근 중국 시장 내 입지 강화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피알이 지난달 4일 중국 도우인 플랫폼에서 현지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디큐브 단독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진행한 결과, 방송 4시간 만에 기획 세트 1만2000개가 완판됐다.
우리사주 물량이 출회되더라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0.81%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최대주주 지분율이 36% 수준으로 시장에 풀린 물량이 많은 점도 주가 변동성을 줄이는 요소란 분석이다. 에이피알은 빚을 내서 우리사주 청약에 참여한 직원의 대출 이자도 지원해줬기에 장기 보유에 대한 부담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