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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매달 1일 오전 9시 직전 월 수출입 통계를 공개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통계다. 매달 수출입 통계 자료를 작성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실 수출입과 여수항(40·행정고시 60회·오른쪽), 김정훈(36·행시 62회·왼쪽) 사무관은 “매달 1일 오전은 국·과장도 건드리지 못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수출입 통계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산업부가 발표하는 통계 분석 자료가 정부 정책과 민간기업의 경영 계획을 짜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산업부는 2004년 1월부터 매월 1일에 직전 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해왔다. 일본에선 같은 자료를 중순 이후에 공개한다. 미국과 독일에선 한 달 이상의 시차를 두고 수출입 통계를 발표한다.
두 사무관은 최소 발표 이틀 전부터 초안을 준비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휴일 근무를 할 때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도시락을 주문·배달해주며 사기를 북돋워 준다고 한다.
매달 1일 오전 8시가 되면 수출입과 사무실은 전쟁통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여 사무관은 “관세청에서 오전 8시쯤 HSK코드 속보치 자료를 엑셀로 보내오면 이를 산업 특성에 따른 MTI코드로 재분류한 후 1보 자료를 완성해 오전 9시 전까지 보낸다”고 설명했다. HSK코드는 수출입 품목을 10자리 숫자로 분류하는 체계인데, 이를 무역통계로 활용하기 위해 품목명을 6자리로 단순화한 MTI코드로 재분류한다는 의미다. 1보 자료 분량은 통상 A4용지 3장 안팎이다. 조금 더 자세한 2보 자료는 오전 10시, 통계 자료까지 포함된 3보 자료는 오전 11시 마감한다.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약 세 시간은 두뇌 활동이 최고조에 이르는, 이른바 ‘도파민 터지는’ 시간대다. 김 사무관은 “수출입과 직원은 아파도 때를 봐가며 아파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수출입 통계 정확성과 속도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도체 무역통계 등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아 상당수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참고하고 있다.
김리안/하지은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