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국회 토론회의 정치학'…잠룡 뜨면 몰려드는 의원들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2030·장년 윈윈' 노동개혁 토론
'지지율 1위' 김문수 참석 소식에
여당 의원 108명 중 58명 우르르

오세훈 개헌 토론땐 48명 집결

정치권에 토론회 참석 의원 수를 둘러싼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의 잠룡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토론회에 참석하면 수십 명의 의원이 모이는 현상이 이어지면서다. 정치권 인사들이 토론회마다 몇 명의 의원이 참석했는지 숫자를 세고, 다른 토론회와 비교하는 문화가 생겨날 정도다. 일부 잠룡이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토론회를 통한 세 과시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 인사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 나경원·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주관한 ‘2030·장년 모두 Win-Win하는 노동개혁 대토론회’ 기조연설을 맡았다. 이 자리에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해 국민의힘 의원 58명이 참석했다. 현역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절반 이상이 참석한 셈이다. 나 의원이 개회사를 하면서 “너무 많은 의원님이 함께해주셨는데, 역시 (여론조사) 1등이신 분이 오셔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김 장관은 토론회가 끝난 뒤 30여 분간 기자들과 질의응답도 이어갔다. 김 장관은 정년 연장 정책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공직자가 깨끗하지 않으면 온 나라가 더러워져 국민이 살 수 없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한 윤재옥 의원 주최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가 화제였다. 오 시장이 발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48명에 달하는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김 장관, 오 시장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가 이어지자 일부 여권 인사는 두 토론회 참석자를 비교·분석하기도 했다.

야권에선 18일 친문재인계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행정수도 세종 이전 추진 방안’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야권 국회의원 10여 명이 모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어지는 잠룡들의 토론회 참석에 대해 “여야 정치인 모두 공개적으로 대선 행보를 시작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다들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싶어 하는 게 사실”이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지지층의 반발을 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 토론회”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수 의원이 참석한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면서 자신의 세를 드러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토론회에 참석한다고 무조건 해당 정치인과 가깝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잠룡들 입장에선 참석 의원 수를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5.02.21(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