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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는 중도보수'라는 李…상속세 이어 소득세 손질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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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월급쟁이는 봉인가"
근로소득세 개편 검토 시사
중도 이어 보수 끌어안겠단 전략
與 "이재명식 달콤한 경제 사기"

당내 '정체성 논란' 불거져
李 "우리는 진보가 아냐" 발언에
김부겸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
김경수 "정체성 하루아침에 못바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속세 완화에 이어 근로소득세 개편까지 예고했다. 당 정체성과 관련해 ‘중도보수 정당’을 표방한다는 취지로 언급해 당내에서 거센 논란이 일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대표가 중도층뿐 아니라 일부 보수층까지 끌어안겠다는 목표로 ‘우클릭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이재명식 ‘달콤한 경제 사기’의 방향은 대한민국 국가 부도” “좌충우돌을 넘은 혹세무민”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박스권 지지율 탈출 ‘올인’
이 대표는 지난 18일 소셜미디어에 ‘월급쟁이는 봉인가’라는 글을 올려 “물가 상승으로 명목임금만 오르고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는 상황임에도 누진세에 따라 세금은 계속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부자들은 감세를 해주면서 월급쟁이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증세를 해 온 것인데, 고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1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월급쟁이 세금은 ‘봉’같이 꼬박꼬박 원천징수되는 반면 기업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에 따라 막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주고 국가적 지원까지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최근 일괄공제 등 인적 공제 상한을 높이는 상속세법 개정 필요성을 거론한 데 이어 근로소득세 개편도 시사한 것은 지지율 정체를 돌파하려는 시도란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고액연봉자 감세 혜택이라는 이유로 소득세 개편을 주저했다.

하지만 조기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박스권을 벗어나려면 새로운 지지층을 흡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작년 12월 3주차 37%를 기록한 이 대표 지지율은 이달 2주차 조사에서 34%를 나타내는 등 30%대 초·중반을 맴돌고 있다.

이런 이 대표와 민주당 행보에 여권 차기 주자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한마디로 (추경을 통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의 ‘돈 퍼주기’와 소득세 개편의 ‘세금 깎아주기’를 동시에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포퓰리즘이 결국 더 큰 고통으로 돌아온다”고 꼬집었다.
◇당 정체성 논란도 불거져
이런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당 정체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대표는 전날 친야권 성향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우리는 진보가 아니라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입장)을 갖고 있다”며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권으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도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국민의힘은 극우·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이 대표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민주당의 정체성을 (이 대표가)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이 대표가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강령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적혀 있지만, ‘보수’를 추구하겠다고 한 건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며 “탄핵 이후 민주당이 만들어 나갈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선 당내외의 폭넓은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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