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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LG家 3세 "전남에 AI 데이터센터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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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세계 최대 규모" 보도

스톡팜로드 "2028년 완공 예정"
구본웅이 英 투자사 대표와 창업
AWS 등 빅테크 운영사 끌어들일
값싼 전기, 우수 엔지니어가 관건

인천공항공사도 영종도에 추진

미국의 신생 투자기업 스톡팜로드(SFR)그룹이 전남 영암 일대에 3GW 규모의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SFR과 지난 5일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맺었다. SFR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최대 350억달러(약 50조36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연말께 착공해 2028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AI 인프라 유치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FR “1만 명 일자리 창출”

미국의 유력 일간지가 보도하긴 했지만, SFR의 실체와 투자 집행 능력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WSJ와 SFR 홈페이지에 따르면 SFR은 범LG가 3세인 브라이언 구(한국명 구본웅·사진)와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투자사 BADR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 아민 바드르엘딘이 공동 창업한 기업이다.

구 대표는 가업을 잇지 않고 실리콘밸리에서 포메이션8이라는 벤처캐피털을 창업한 인물로 주목받았다. 최근엔 투자회사 퍼힐스의 이사회 의장으로 박세리의 이름을 내건 LPGA투어 대회 스폰서를 맡았으나 퍼힐스가 비용을 지급하지 못한 탓에 대회가 돌연 취소되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프로젝트엔 전남을 연고로 둔 BS그룹이 막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출신인 고형권 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가 BS그룹 부회장이다.

SFR 측은 사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고위 임원이 전남을 직접 찾아 부지 등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전남 기업특구인 영암 솔라시도를 유력 부지로 보고 있다. 솔라시도는 이미 데이터센터파크를 조성 중이다. 한국전력과 전력인프라(154㎸ 변전소와 송전선로) 조기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AI업계 관계자는 “솔라시도는 풍력발전 등 친환경 전력이 풍부한 편이고 땅값도 저렴해 AI데이터센터로서 개발 잠재력은 풍부하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관계자는 “투자 규모와 지역, 현지 법인 설립 등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며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김영록 지사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SFR을 방문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진행되는 일이어서 확인해 줄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각국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

국내 AI데이터센터 건설은 국가적 현안이다. 과기정통부는 AI 데이터 학습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3만 개를 확보해 슈퍼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민간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천공항공사가 AI데이터센터 설치를 위한 입찰 공고를 조만간 낼 계획이다. 1만7611㎡에 최대 40㎿ 전력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한 국내 대기업 계열사가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글로벌 빅테크를 끌어와 인천공항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28년 완공 목표다.

데이터센터가 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황금알’로 떠오르면서 각국에선 유치전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5000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 외에도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등에서 저렴한 토지와 인건비를 활용한 데이터센터 단지 구축 논의가 활발하다. 관건은 전기와 엔지니어 수급이다. AI업계 관계자는 “솔라시도나 영종도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데이터센터 운영사업자(SI)를 데려와야 한다”며 “보통 SI가 투자금의 60%를 대고, 나머지 40%를 은행 등 재무적투자자가 투자하는데 친환경 에너지를 얼마나 값싸게 조달할 수 있느냐,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우수한 공학 인재가 적기에 투입될 수 있느냐에 사업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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